얼마 전 한 아이가 시골에서 전학을 왔습니다. 이 아이는 입만 열면 "긍게 거 뭣이냐, 나 마씨 시방…" 등 강한 억양의 사투리를 쓰는 바람에 놀림감이 됐죠. 심지어 선생님들까지도 시골아이의 사투리를 화제에 올릴 정도였습니다. 결국 시골아이는 주눅이 들어 입을 다물었고 수업시간에 발표라도 시키면 어찌할 바를 몰라 했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저는 아이를 불러 "얘야, 점점 사투리가 줄어들고 있단다. 그리고 사투리 사용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란다"라고 위로했습니다. 사실 지방어는 언어학과 민족사, 그리고 민속학적으로도 아주 중요하지 않습니까. 한데 우리는 지방 고유언어를 저급한 말투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방송 드라마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주로 범법자나 막노동꾼, 건달 등이 사투리를 쓰고 한가락하는 인물은 서울 말씨를 쓰도록 합니다.
사투리 쓰는 사람을 촌스럽다고 여기고 창피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 봅니다. 표준어만을 절대기준으로 여기면 멀지 않아 우리네 조상의 숨결이 묻어 있는 토속 사투리는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입니다. 지금부터라도 학교나 지방단체에서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전국 규모 사투리 웅변대회를 열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