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열부 데스크로 걸려온 성급한 문의전화 목소리다. 이럴 때 우리말클리닉 담당자는 당혹스럽다.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헷갈리는 부분만 꼭 집어서 이야기하니 그렇다.
“둘 다 맞는 말이지만 쓰임새가 다릅니다.”
하는 수 없이 빠져나갈 길부터 열어놓는다. 쓰임새가 어떻게 다른지 임상(臨床)과 시험(試驗), 실험(實驗)의 뜻부터 알아보자.
‘임상’은 환자를 진료하거나 의학을 연구하기 위해 병상에 임하는 일을 가리킨다.
‘시험’은 ①재능이나 실력 따위를 일정한 절차에 따라 검사하고 평가하는 일 ②사물의 성질이나 기능을 실시로 증험(證驗)하여 보는 일 ③사람의 됨됨이를 알기 위하여 떠보는 일, 또는 그런 상황 등을 뜻한다.
‘실험’은 ①실제로 해 봄 ②과학에서 이론이나 현상을 관찰하고 측정함 ③새로운 방법이나 형식을 사용해 봄 등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결론을 내자. 의과대학 커리큘럼에 있는 임상실습 과목의 성취도를 평가하는 것이 임상시험이다. ‘그는 지난 학기 임상시험에서 A플러스를 받았다’처럼 쓰인다. 임상실험은 임상 결과를 관찰하고 측정하는 일을 말한다. ‘이번에 A제약회사가 개발한 신약의 임상실험 결과 당뇨병에 뛰어난 효험이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처럼 활용된다. 임상시험과 임상실험은 화학(과목)시험과 화학(분야)실험의 관계와 같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앞서 나온 시험과 실험 ②번의 뜻이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다. ‘사물의 성질이나 기능을 실지로 증험하여 보는 일’과 ‘과학에서 이론이나 현상을 관찰하고 측정하는 일’은 확연히 다르다. 이 기회에 시험과 실험의 활용 사례를 추적해 아리송함을 걷어내자.
‘시험’은 에어컨을 시험가동하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험하다, 실제로 사용하고 시험해 제일 좋은 것을 추려냈다…처럼 활용된다.
‘실험‘은 자동차의 성능을 실험하다, 약효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실험이 필요하다, 이 배가 잘 뜨는지 실험해 보자…처럼 쓰인다.
큰사전에 올라 있는 시험과 실험의 복합표제어를 주의깊게 비교해 보면 차이를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시험대와 실험대, 시험실과 실험실… 등이 본보기다.
개구리를 해부하기 위해 시험대 위에 올려놓았다, 물의 전기분해를 하기 위해 기구를 실험대 위에 차려놓았다…처럼 구분된다. 시험관아기 실험을 시험적으로 해보기로 결정했다…처럼 쓰인다.
비슷한 말의 활용이 헷갈릴 때에는 우리말큰사전을 찾아보자. 그곳에 상세한 뜻풀이와 더불어 다양한 용례가 살려 있어 독자의 궁금증을 말끔히 풀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