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른 이 182489389 명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아직도 일본식 “부끄러운 광복”

광복 이후 반세기가 지났지만 아직도 일제 때의 지명이 전국 곳곳에 남아 있다.
일제는 당시 행정 편의라는 이유로 우리말 고유 지명을 전부 한자로 바꿨으나, 그것이 자기네 통치 행위의 편리성을 위한 것인 데다 민족혼을 말살하려는 속셈까지 더해진 것이어서 광복 이후 정부와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옛 지명을 복원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돼 왔다.

지금도 지방자치단체와 사회단체들이 앞장서 일제때의 지명을 바꾸기 위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전문인력과 당국의 예산 부족 등으로 성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심지어 수십년간 익숙해진 일본식 지명을 그대로 쓰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일제 잔재 청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한말 개항과 함께 발전한 인천 지역의 경우 각종 지명 등에 일제 잔재가 아직도 상당수 남아 있어 지명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4일 인천시 시사편찬위원회는 일제 강점기 때 국내 최초로 개통된 경인철도의 기공지인 도원역의 경우 인근에 대장간이 많았던 것을 살려 우각(牛角)역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물포역도 인근에 부두나 항구가 없고 수봉산 밑에 있는 만큼 수봉역으로 바꿔야 옳다는 것이다.

일제시대 대표적 쌀 수탈항이었던 군산의 경우 일본 농장주와 측량기사의 이름을 딴 팔목(八木),중야(中野),전중(田中)마을 등의 이름이 100년 가까이 쓰이고 있다.

충남 홍성군 향토사학자들과 주민들 사이에서는 홍성을 홍주라는 옛 지명을 되찾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홍성군은 고려 이후 홍주로 불려왔으나 1914년 일제 때 민족혼을 말살하는 수단으로 홍성군으로 개명한 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강원도 평창군은 관내 중왕산 발왕산 등의 산 이름이 일제때 왕(旺)자를 덧붙여 일본의 왕을 나타내려 한 것으로 보고 개명에 나섰다.

이밖에 우리나라 한자 지명을 일본 발음으로 영문 표기한 곳도 있다. 땅끝 관광지로 유명한 전남 해남군 송지면 ‘송호리(松湖里)’의 경우 우리 나라 영문 표기 ‘Songho’를 일본 발음의 ‘Shyokori’로 영문 표기했으며 ‘해남군’도 ‘Haenam gun’이지만 일본식 발음의 ‘Kaizangun’으로 표기한 경우도 있다.

‘아름다운 우리 말 이름과 옛 지명찾기’ 작업을 펼치고 있는 신정일 황토현문화 연구소장은 “일제때 땅 이름이 남아 있고 잘못 사용되고 있는 지역이 아직도 많으나 주민과 행정기관의 인식 부족으로 고쳐지지 않고 있어 몹시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일제시대 잘못 붙여진 이름이 지금껏 사용되는 지역도 부지기수다. 동학농민혁명의 주역 전봉준 장군의 옛 집이 있는 정읍시 이평면(梨坪面)은 동진강 배가 드나든 들판이라 해서 ‘배들’이라 불렸는데 일본인들이 먹는 배로 착각해 붙인 이름이 쓰여지고 있다. 인천 남구의 수봉공원은 일본인들이 수봉(壽鳳)이라고 고쳤으나 원래는 서해쪽으로 하천이 자리잡아 눈이 쌓이면 물이 불어나 봉우리가 비친다는 의미로 수봉(水峯)공원이라고 부른 만큼 옛이름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수시 돌산읍 두문리(杜門里)의 본래 이름은 두문리(頭門里). 두문리는 ‘바다로 가는 첫 마을’이라는 의미로 당시 이 마을은 주변에서 가장 잘 사는 마을이었으나 일제의 강제적 지명 변경 이후 못사는 마을로 전락했다.

심지어 올바른 옛 지명을 되찾았지만 주민 스스로가 일본식 이름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전북 익산시 춘포면(春浦面)은 일본인 지주 이름을 따서 ‘대장촌(大場村)’으로 불리다 1996년 ‘봄나루’란 옛 뜻을 살렸지만 아직도 마을 교회와 가게 등에서 ‘대장’이란 명칭을 그대로 쓰고 있다.전주시 동산동(東山洞)은 원래 ‘쪽구름’ ‘조각구름’ ‘편운리(片雲里)’ 등의 운치있는 이름으로 불렸던 동네였으나 일제시대 일본인 대지주의 농장이 들어서면서 현재의 명칭이 붙었다. 학자들과 사회단체 등이 나서 마을 이름을 바꿔 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일부 주민들이 “인지도가 높은데 왜 그러냐”며 반대해 수십년째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땅이름학회 배우리 회장은 “법정 동명에 순우리말 동명을 적극 반영해 묻혀진 옛 땅이름을 되찾는 작업과 일제의 잔재를 없애는 작업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2002/08/14 국민일보



   
 
번호 예제 날짜 출처
259 한국어 교재 엉망 2002/08/22 한국일보
258 `아햏햏`을 아시나요? 2002/08/19 매일경제
257 ‘외계어’모르면 사이버문맹? 2002/08/15 스포츠투데이
256 아직도 일본식 “부끄러운 광복” 2002/08/14 국민일보
255 지하철명으로 살아난 옛이름 2002/08/14 국민일보
254 경희궁의 아침...용비어천가...古風 `그대로` 2002/08/13 한국경제
253 사투리 편견 이제 버렸으면 2002/08/11 굿데이
252 [한마당] 국어 실력 2002/08/09 국민일보
251 `パŁㄹБㅎЙ♡`=사랑해? W언어 한글파괴 위험수위 2002/08/08 굿데이
250 통신용어 제대로 쓰자 2002/08/07 매일경제

   
   
 

 


이 누리집은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판매한 자금으로 부산대학교 정보컴퓨터공학부
인공지능연구실에서 깁고 더하고 있습니다.
우리말배움터(051-516-9268)에 고칠 곳이 있거나 건의할 것이 있으신 분은 연락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