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청·청명 같은 한자말보다 더 아름답죠? 헌책방을 다니며 오래된 자료를 찾는 일은 뜻하지 않은 자료나 이야기를 만나는일이기도 합니다.
보름쯤 앞서 <전과모범정해(1928)>라는 일제강점기 때 학습참고서를 장만했습니다. 한 장씩 찬찬히 넘겨보다가 ‘금(金)’이라는 한자풀이를 보았습니다. ‘빗치누른쇠’ 1928년에 소학교 2학년 아이들이 배우던 교재에 ‘쇠 금(金)’을‘빗치누른쇠’로 풀이하는군요.
좀 놀랐습니다. 아니 느낌이 새로웠습니다.
요즘 우리는 ‘(황)금’을 보고 ‘빛이 누런 쇠’라고 말하지 않거든요. 아니, 말하는 분들도 계시겠죠. 보통 ‘노란빛이 나는 귀금속’을 ‘금’이라고 합니다. 잘 살피면 ‘금’은‘누런쇠’라고 할 수 있어요.
‘귀중한 금속’이라 ‘귀금속’이겠지만 ‘황금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옛 말씀처럼 ‘쇠붙이’로 여겨 ‘누런쇠’라고도 넉넉히 말할 수 있습니다.
가을은 가을인데 비가 너무 잦아 벼가 제대로 안 익습니다. 늦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어야 할 한가위이니 푸르고 맑은 하늘을 보며 가슴을 활짝 펴고 싶습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볼까요? 하늘이 어떤가요? 맑고 푸른가요? 하늘이 맑고 푸르다고 할 때, 우리는 보통 무어라고 말하는가요. ‘쾌청(快晴)’?‘청명(淸明)’? 아니면? 맑은 하늘은 ‘맑은’ 하늘입니다. ‘쾌청(快晴)’이나 ‘청명(淸明)’이란 말이있으나 ‘쾌청’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을, ‘청명’은 ‘밝고 맑은’하늘을 가리킵니다. 이때 우리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은 ‘티없이 맑은’ 하늘로, ‘밝고 맑은’ 하늘은 ‘해맑은’ 하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주 하얗고 맑다’나 ‘해처럼 밝고 맑다’가 ‘해맑다’입니다. ‘아무런 티나 먼지나 잡것이 없는’ 모습이 ‘티없는’ 모습이고요. 그렇다면 우리네 높고 푸른 가을하늘을 바라볼 때 ‘티없이 맑은’ 하늘과 ‘해맑은’ 하늘이라고 말할 때가 더 낫겠죠?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