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홍어가 대풍이란다. 한때 씨가 말랐던 흑산도에서 3년 전에 저인망 어선의 조업을 금지한 이후 홍어가 늘기 시작해 해마다 점점 많이 잡힌다고 한다. 워낙 귀하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인 흑산도 홍어는 칠레산이나 중국산에 비해 붉은빛을 띠며 쫄깃쫄깃하고 담백하다.
"다른 물고기는 썩이면 부패하지만 홍어는 썩여야 특유의 맛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홍어는 `썩이면` 제 맛을 볼 수 없다. `썩혀야` 톡 쏘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이 자주 혼동해 쓰는 `썩히다` `썩이다`는 둘 다 `썩다`의 사동사지만 그 쓰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썩히다`는 `음식을 썩히다` `재능을 썩히다`처럼 쓰이는 반면 `썩이다`는 `부모 속을 썩이다` `골치를 썩이다`처럼 쓰인다. 그러므로 그 뜻에 따라 골라 써야 한다.
`삭다`의 사동사로 쓰이는 `삭히다` `삭이다`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삭히다`는 `김치를 삭히다` `멸치젓을 삭히다` `민속주는 곡식을 삭혀서 만든다`처럼 쓰이고, `삭이다`는 `쇠도 삭이는 왕성한 식욕` `분을 삭이다` `기침을 삭이다`처럼 쓰인다.
이것과 경우는 약간 다르지만 자주 혼동해 쓰는 말이 있다. `박이다`와 `박히다`다. `박이다`는 `버릇이 몸에 박였다` `굳은살이 박인 손` `사진을 박였다`처럼 쓰이고, `박히다`는 `벽에 박힌 못` `그의 시선은 허공에 박혀 있었다`처럼 `박다`의 피동 형태로 쓰인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잘 썩힌 홍어가 들어간 `삼합` 한 접시에 막걸리 한 사발이 생각나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