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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정책, 규정
`담장`은 `담`이라고 해야

담 허물기는 자연 경관을 아름답게 하고 이웃과의 거리도 가깝게 한다.

약 10년 전부터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담 허물기 사업이 진행되면서 도시 주변의 모습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우선 담이 헐리면서 좁은 공간이 한층 넓어졌다. 또한 담이 헐리면서 녹색 사업이 같이 진행되어 골목길이 푸른색으로 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언론에서는 담 허물기 사업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데, 저마다 ‘담’과 ‘담장’의 표현을 혼용하고 있다. 먼저 이와 관련된 언론의 기사문을 참고로 하자.

▲시ㆍ군청과 학교 등 공공기관의 담 주변이 도시 숲으로 탈바꿈한다. 도는 담을 허물어 도시 숲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 서울 올림픽공원도 ‘담 없는 시민공원’으로 탈바꿈됐다. 담 허물기 퍼포먼스로 올림픽 공원은 완전 개방된 것.

▲ 주민들이 담에 시(詩)나 그림을 그리고, 우범지대 아파트 담을 헐어 쉼터로 바꿨다.

▲ 대구에서 시작된 주택과 공공기관의 ‘담장 허물기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 토공은 인근 주민에게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학교 담장 허물기, 학교 숲 가꾸기 등을 대폭 확산시켜 나갈 방침이다.

▲ 구는 담장 허물기, 도로정비, 주민자율관리를 비롯해 학교 등 야간개방, 공원지하 주차장 건설과 부설주차장 안내판 부착 등 다른 구와 차별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같은 예문은 인터넷 기사문에서 발췌를 한 것이다. 여기에서 앞 문장 세 개는 ‘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고, 뒤 예문 세 개는 ‘담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담장’이라는 표현은 가능한 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담장'의 ‘담’과 ‘장(墻)’은 토박이말과 한자어의 차이만 있을 뿐 같은 사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담장’의 ‘-장’은 군더더기다. 언어 표현에도 경제원칙이 적용된다.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보는 것이다. 따라서 ‘담’이라고 표현하면 의사소통의 간결함과 편리함을 누릴 수 있다.

실제로 ‘담’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써 오던 표현이다. 일상생활에서도 ‘담이 무너지다./담을 넘다./담을 두르다./담을 쌓다./담을 치다./담이 낮아 옆집 창문이 보인다./감나무 가지가 옆집 담 너머로 뻗어 있다.’로 널리 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담 구멍을 뚫다.(도둑질을 하다) 담을 지다.(서로 사귀던 사이를 끊다. 어떤 일에 전혀 관계하지 않다) 담에도 귀가 달렸다.(벽에도 귀가 있다) 담을 쌓고 벽을 친다.(의좋게 지내던 관계를 끊고 서로 철저하게 등지고 삶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담을 쌓았다 헐었다 한다.(이렇게도 궁리하여 보고 저렇게도 궁리하여 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처럼 다양한 관용적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다.

‘담’을 ‘담장’이라고 하는 데는 한자어의 영향이 크다. 실제로 우리는 토박이말에 같은 뜻의 한자어를 겹쳐 쓰는 경우가 많다. ‘둑방(-防), 신새벽(晨-), 낙숫물(落水-), 생일날(生日-), 처갓집(妻家-), 온전하다(-全-), 역전앞(驛前-), 시월달(十月-), 새신랑(-新郞)’ 따위가 그것이다.

문장이나 어구 표현에서도 ‘결실을 맺다(열매를 맺다), 낙엽이 지다(잎이 지다), 범행을 저지르다(범행을 하다), 피해를 당하다(해를 입다), 주사 놓다(주사하다), 남은 여생(남은 생애), 현안의 문제(현안), 넓은 광장(광장), 따뜻한 온정(온정), 지나가는 행인(지나가는 사람), 잘 아는 지인(잘 아는 사람)’ 등으로 한자어와 우리말을 쓸데없이 겹쳐 쓰는 경우가 많다.

담은 집의 둘레나 일정한 공간을 둘러막기 위하여 흙, 돌, 벽돌 따위로 쌓아 올린 것이다. 담의 기능은 자신의 영역을 구분하고, 치안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적인 담의 구조는 낮게 되어 있었다.

즉 우리의 담은 이웃집을 훤히 내다볼 수 있는 구조였다. 그래서 담도 아예 흙으로 하는 경우도 있었고, 싸리나무를 집 둘레에 빙 둘러 심고 담으로 삼기도 했다. 궁궐이나 큰 집의 담은 높게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담의 겉모습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해 아름답게 장식을 했다. 십장생 그림 등으로 풍요와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는가 하면,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수목화를 그리기도 했다.

그런데 산업 사회로 치달으면서 담이 치안의 첨병으로 자리했다. 담이 높아지고 위협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흙담을 통해서 이웃과 정을 나누었는데, 이제는 시멘트 담으로 이웃과 완벽한 차단을 했다. 심지어 깨진 병조각과 철조망을 설치해 전선(戰線)을 방불케 했다.

다행히도 최근에 지방에서부터 담 허물기 운동이 확산되어 도시의 모습이 한층 부드러워지고 있다. 실제로 담을 제거하면 공간이 넓어져 주차할 때도 용이하다. 담 밑에 있는 잔디나 나무도 햇빛을 많이 받아 건강한 생장을 할 수 있다. 담을 없애면 이웃과의 거리도 가까워지고, 이사할 때도 편리하다.

담 허물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도시 삶의 모습을 변화시키는 등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그래서 이 운동의 취지와 내용이 교과서에 실릴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 삶의 모습이 교과서에 실린다니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육 자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려하는 것이 있다면 ‘담장 허물기’라는 표현은 쓰지 말 것을 당부한다. ‘담 허물기’라고 바른 표현으로 남겨야 할 것이다.

2006/12/18 국정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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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담장`은 `담`이라고 해야 2006/12/18 국정브리핑
258 `북경` →`베이징` 으로 표기해야 2006/12/15 국정브리핑
257 [우리말 다듬기]`SOS` 순화어 `구원요청`으로 2006/12/13 동아일보
256 `적용함에 있어서는→적용할 때는` 법 조문 간결하게 2006/11/28 국정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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