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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대가성 없는 돈?
사람 살이에서 대가 없이 주고 받는 것은 옛날 성현군자들이 제자들에게 베푼 교육과, 슈바이처 같은 위인이 불쌍한 사람들에게 베푼 자선, 독지가가 희사하는 장학금이나 의연금, 거지에게 주는 동냥, 피붙이의 양육과 주고받는 애정이나 이웃끼리 어려움을 나누는 감정 정도다. 그런데 이 나라 정상배들은 적어도 몇천만원, 많게는 몇백억원에 이르는 뇌물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면, “대가성 없이 받은 활동비”니, “떡값”이니 하며, 시치미를 뗀다.

대체로 정부 고위직자, 국회의원, 여야 정당 간부 등 여러 분야의 이권에 영향력을 지닌 인물들인데, 때로는 아무 직업도 없는 전직 대통령의 아들도 한몫 끼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면서 양심을 지닌 사람들을 실망하게 한다.

돈은 원래 인류가 물건, 노력의 대가를 치르려고 만든 것이어서 예나 지금이나 건전한 생각을 지닌 사람 사이에서는 거저 주고 받는 일이 없다. 더욱이 생존경쟁이 심해지고 이기심이 극도에 이른 오늘날, 아무런 반대급부도 없이,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큰돈을 거저 줄 사람이 어디 있나? 어떤 은혜를 베푼 경우라도 그 사례가 과분하면 미안해하는 것이 사람 마음인데, 그 엄청난 돈을 “대가성 없이 받았다”고 목에 힘을 주어 버티는 꼴을 보면, 양심이 마비한 인간의 한없는 파렴치에 놀란다. 그 돈이 근로자를 혹사해서 부정축재한 자가 돈을 더 쉽게 벌기 위해서 건넨 뇌물임을 생각할 때, 이땅에서 그칠 날 없는 파업사태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쳐대는 부패척결 구호가 모두 용두사미로 끝나는 까닭을 살펴보고, 타락한 인간들이 내뱉는 궤변으로 나라의 위상이 더 떨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말이 내리면 나라가 내린다.

이수열/국어순화운동인

2004/10/12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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