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른 이 155912098 명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우리말, 자부심을 갖고 바로 쓰자!

요 며칠 전의 몇몇 일간 신문들을 들추어보면, ‘국내 최고령 학회지 ‘한글’ 창간 70돌’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일반인의 눈에는 잘 띄지 않았겠지만, 이 기사는 우리 겨레의 숨겨진 힘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일제의 억압 통치가 절정에 이른 시기에 우리 말글 연구 잡지를 창간(1932. 5. 1)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이 식민 압제와 수탈, 전쟁과 빈곤, 미 군정 등의 어두운 시기를 거치며 모국어에 관한 전문 학술지가 70년 동안 끊이지 않고 발간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아직도 중국글자와 일본말, 미국말이 우리 말글을 시녀처럼 부리고 있는 이 땅에서, ‘한글’의 일흔 잔치는 하나의 신비로운 사건이다. 우리 말글은 갈수록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말과 글에는 겨레의 정신이 담겨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아직 우리의 정신 세계는 외세에 주눅 들어 있는 듯하다. 아시아 최대 규모로 지었다는 인천국제공항 입구의 표지판에는 수도 서울을 중국사람들이 부르는 대로 ‘漢城’이라 적어 놓았다. 우리의 서울은 아직도 중국 변방의 일개 성인 것이다. 우리 스스로 그렇게 자처하고 있다. 우리말, 우리글로 떳떳하게 ‘서울’이라 적지 못하는 까닭은‘중국 관광객이 불편할 것 같아서’란다. 일본말 잔재를 많이 청산했다고는 하나, 한자말로 둔갑해 있는 일본말들은 여전히 이 땅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일본말 ‘굴삭기’가 우리말 ‘굴착기’를 밀어내었고, 일본말 ‘안내, 납득, 구좌’ 등이 우리말 ‘인도, 이해, 계좌’ 등의 자리를 빼앗았다. 요즘에는 일본의 대중 문화가 급속히 개방되면서, 오히려 일본말이 더욱 버젓하고 당당하게 들어오고 있다. 이제 어느 것이 일본말이고 어느 것이 우리말인지 잘 구별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중국글자와 일본말 못지않게 우리말의 설자리를 빼앗고 있는 것이 미국말이다. 이 미국말을 맨 앞자리에서 퍼뜨리고 있는 주범이 방송이다. 방송에서 미국말은 상전 언어이다. 드라마 속의 지식인은 영어 한두 마디를 원어민처럼 구사하는 게 필수이고,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아예 우리말이 서툰 교포 2세들을 출연시키는 일이 유행처럼 되었다.

여기에, 정부는 더욱 앞장서서 영어 쓰기를 다그치고 있다. 여기저기 경제 특구라는 걸 만들어 영어를 공용어처럼 사용하게 하고자 갖가지 정책을 내놓고 있는가 하면, 우리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서 영어로 연설하는 것을 큰 자랑으로 여긴다. 그러나 한자와 일본말, 영어 따위의 위세보다 우리말과 글을 더욱 처량하게 하는 것은 바로 인터넷의 대중화에 따른 통신 언어의 남용이다. 이 통신 언어를 주로 사용하는 계층이 청소년이라는 점이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 청소년 문화의 한 양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우리 말글이 너무나 처참하게 몰매를 맞고 있다. “셤 잘 바떠염”(시 험 잘 봤어요) 류의 통신 언어가 가상 공간에 머물지 않고 일상 생활 에서 자연스럽게 쓰이기 시작하는 현실은 분명히 우리말의 위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누구인가. 월드컵 대회를 치르며 우리는 겨레의 놀라 운 힘을 다시 한번 경험하였다. 우리에겐 수천 년 동안 강대국의 틈 바구니에 끼여 살았으면서도 끝끝내 고유한 말을 지켜낸 뚝심이 있다 . 또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 한글까지 만들어 부려쓰고 있는 창조적 슬기도 있다. 지난 70년 동안 잡지 ‘한글’이 우리 겨레 현대사의 굴곡과 역사를 함께 해 오며, 세계 최고의 한국어 연구 전문지로 성장한 것처럼, 우리 말글도 모진 수난을 겪을수록 더욱 강하고 세련되게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앞으로 30년 뒤에는 우리 겨레도 모국어 연구 잡지의 100돌 잔칫상을 받는 경사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 <글·성기지(한글학회 책임연구원)>

2002/08/22 시티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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