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이제 표준어만 국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할 때입니다. 북한사회도 이미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남측위원장을 맡고 있느 홍윤표 연세대 교수는 지난 2일 겨레말큰사전의 의미를 설명하며 방언에 대한 현장조사의 가치를 강조했다.
홍교수는 “풍부한 사전을 만들기 위해 남북한 조사자들이 지방에 퍼져 있는 방언들을 수집하는 중”이라며 “아직 남북 어떤 사전도 이런 시도를 못했다”고 말했다. 홍교수에 따르면 북한도 김일성 교시에 의한 평양말 중심의 문화어 정책에서 방언을 중시하는 공통어 정책으로 가고 있다. 이념의 골이 사전 편찬에 장애가 되지는 않을까. 홍교수는 역발상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북에서 쓰는 ‘미제(미제국주의)’를 사전에 실을 것인지, 우리가 쓰는 ‘괴뢰군’을 실을 것인지의 문제는 사실 매우 어려운 문제”라며 “그러나 이런 부분은 ‘남에서는 이렇게 쓰고, 북에서는 이렇게 쓴다’고 표기해주는 등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의를 금기시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드러내 사전에 반영해주면 그게 오히려 갈등을 치유해주는 길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어문규범 통일의 어려움에 대해 홍교수는 “한꺼번에 하려 하지 말고, 1년에 하나씩만 통일시키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 첫 권이 나올 때까지는 어문규범이 통일될 것”이라며 “어문규범은 일단 겨레말큰사전에만 적용되겠지만 이를 일상의 언어생활로 확대시켜 나가자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교수는 “겨레말큰사전을 시작으로 우리도 옥스퍼드 사전, 그림 사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이란 편찬이 끝나는 동시에 본격 시작되는 것”이라며 “계속 새롭게 해야 사전이 생명력을 갖는다”고 말했다. 옥스퍼드·그림 사전은 200년 이상 계속 흘러오며 각각 10~20권이 나온 상태다. 특히 그림형제가 만든 그림 사전은 동·서독이 분리돼 있을 때에도 편찬 작업이 계속 진행됐다. 홍교수는 이를 위해 “2012년까지 첫 권을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이후에는 법률에 근거한 상설 편찬실을 두고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