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몇 신문들에서 “〈표준국어대사전〉 잘못투성이”란 기사가 났다. ‘터줏대감’이란 말도 도마에 올랐다. ‘터주’를 ‘터主’라고 했기 때문이다.
작은 가마니 같은 것에 베 석 자와 짚신 따위를 넣어서 매달아 두고 위하는 “집터를 지키는 지신이나, 그 자리”라고 하는 ‘터주’가 어째서 ‘터主’가 될까.
아마 ‘터주’를 한자로 바꾸는 과정에서 ‘基主’라 한 데서 그리 되었는가 싶다.
그런 식으로라면 “살림 형편, 사귀는 사이, 처지·형편” 따위 뜻인 ‘터수’도 ‘터手’라고 적고 싶을 것이다. 맙소사! ‘터主’가 1957년에 펴낸 한글학회 〈큰사전〉부터 그 뒤 사전들에 올랐는데, 그 전 사전들은 달랐다.
1920년에 펴낸 조선총독부 〈조선어사전〉은 저들의 식민통치를 쉽게 하려고 ‘한글맞춤법 통일안’(33)이 나오기 전인 11년부터 우리나라와 일본학자들을 모아 엮기 시작했다. 그 엮은이들이 한글학자라기보다는 한문학자들이었으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그들은 움직씨 바탕인 ‘불실’(不實)을 그림씨인 ‘부실하다’의 말밑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그런 그들도 ‘터주’가 우리말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 뒤 문세영 〈조선어사전〉(38), 이윤재 〈표준조선말사전〉(47) 들도 그대로 ‘터주’는 우리말로 다루었다.
베와 짚신 따위가 집터를 지키는 ‘主人’이란 말인가. 한글 맞춤법에는 말밑이 확실하지 않으면 소리대로 적기로 되어 있다. ‘터주’는 ‘터主’도 아니고 더구나 ‘基主’도 아니다. 그 고장에 오래 살면 우리말로 그곳 ‘터줏대감’이 된다. ‘대감’은 다른 때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