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기업이 상호와 외국인 성명 등을 로마자로 법인·상업등기부에 올릴 수 있게 된다. 또한 올 상반기부터 유사상호 등기에 대한 규제가 합리적으로 정비되는 등 기업 활동 편의를 위한 각종 등기제도가 새로 마련된다.
대법원은 최근 ‘상호 및 외국인 성명의 등기에 사용할 수 있는 문자 등에 관한 예규’ 초안을 마련, 각 기관 의견을 듣는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대법원이 마련한 예규 초안의 주요 내용은 상호 및 외국인의 성명에 대해 한글로 등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신청에 따라 괄호 안에 로마자, 한자, 아라비아 숫자, 그리고 부호를 병기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은 이에 필요한 전산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는 내년 4월부터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상업등기부와 법인등기부 기재는 한글과 아라비아 숫자, 또는 한자에 한해 허용됐고 상호와 외국인 성명은 로마자로는 등기할 수 없었다. 상호를 로마자로 등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업이 실제 사용하는 상호에 대한 정확한 공시가 가능해지고 기업 활동에서 상호 사용이 좀 더 편리해질 것으로 대법원은 기대하고 있다.
또 회사 상호의 등기와 관련해 상호 등록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유사 상호의 판단 기준에 관한 예규’를 제정, 올 상반기 중 시행키로 했다.
대법원은 유사 상호 여부에 대해 어느 정도 통일된 객관적 판단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등기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현행법상 상호 등기는 동일한 특별시·광역시 등 행정구역 내에서 동일한 영업을 위해 타인이 등기한 것과 확연히 구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등기할 수 없도록 다소 애매하게 규정돼 있다.
따라서 유사 상호에 대한 판단이 등기 업무 담당자의 개인 판단에 따라 좌지우지되면서 회사 상호 등록이 늦어지거나 회사 설립이나 사업 변경에 장애요인이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아울러 채권이나 동산을 담보로 자금조달이 가능하도록 등기제도를 바꾸는 방안을 재정경제부, 법무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 중이다.
대법원 등은 부동산 위주의 담보 제도를 개선해 기술력, 외상매출채권이나 선하증권 등 동산도 담보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미국식 ‘포괄적 동산담보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판사 5명으로 구성된 ‘특수 등기 연구반’을 운영, 채권이나 동산 등 다양한 형태의 자산을 담보로 제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