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16대 왕 인조의 첫째아들 소현세자(1612∼1645)의 동궁일기가 처음으로 완역됐다.
서울대 규장각 연구팀은 18일 “지난해 9월부터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왕세자 관련 관청일기류 역주사업에 착수해 1차 연도 결과로 소현세자 일기의 역주를 마무리했다”며 “앞으로 다른 왕세자의 일기도 번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규장각 내 한국학연구원 책임연구원 12명과 전통 한학자 5명, 연구보조원 13명 등 모두 30명으로 구성된 역주팀은 지난 10개월간 소현세자의 20년간 일기를 한 글자도 빠짐없이 우리말로 옮기고 주석을 달아 설명했다. 이번에 역주한 일기는 ▲소현동궁일기(1625∼1636·12책) ▲소현분조일기(1627·4책) ▲심양일기(1637∼1644·8책) ▲(을유)동궁 일기(1645·1책) 등 모두 4종 25책이며 200자 원고지 2만6646장 분량이다.
이번에 완역된 동궁일기에 나타난 소현세자의 삶은 고초의 연속이었다. 아버지 인조가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뒤 중국 선양으로 끌려간 그는 청으로부터 8년간 온갖 수모를 겪은 뒤 귀국했다. 하지만 조선으로 귀국한 소현세자는 인조로부터 왕위를 노리는 것으로 오해받은 데다 병에 시달리는 등 불운한 삶을 살았다. 이번 완역판은 일부 사학계의 독살 주장과 달리 소현세자는 학질에 걸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완역판을 통해 나타난 소현세자의 하루일과는 공부의 연속이었던 조선시대 세자들의 모습을 자세히 보여준다. 소현세자는 새벽 3∼4시에 일어나 의관을 정제한 뒤 중전(인열왕후)과 대비전(인목대비)에 문안을 드리며 하루를 시작했고, 밤 9∼10시에 잠자리 문안을 드리는 것으로 마감했다. 일과시간을 보면 오전 6∼8시, 오후 3∼5시에 아침·저녁 공부를 했고 나머지 시간에는 이를 복습하는 자율학습 시간으로 짜여져 하루종일 공부를 하며 보냈다.
규장각 소장 유일본인 소현세자 일기는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 일기 등 편년체 역사서가 국왕에게 편중된 것과는 달리 왕세자의 생활을 담은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일기는 세자의 교육담당 관서인 시강원(侍講院) 관리들이 매일 작성했다.
규장각은 세자책봉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일상이 꼼꼼하게 기록된 소현세자의 일기가 왕세자의 일상사를 중심으로 한 당시 생활상을 풍부하게 기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조선 후기사 연구에도 주요 사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규장각은 이와 관련, 번역전문을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