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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서적, 출판
중고등학교 `권장도서` 정말 권장할 만한가요?

《중학생에게 ‘삼성처럼 회의하라’(?) 청소년들에게 추천한 역사책이 운동권 도서(?) 서울시내 한 중학교의 권장도서 목록에는 대기업 삼성의 회의방식을 분석한 책 ‘삼성처럼 회의하라’가 올라 있다. 1990년대 운동권 대학생들의 필독서로 꼽혔던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를 추천한 중고교들도 눈에 띈다. 중고교에서 30∼150권씩 선정해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권장도서 목록’은 과연 권장할 만할까. 》

본보는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는 여름방학을 맞아 수도권 소재 40개 중고교 권장도서 목록을 무작위로 선정해 조사했다. 선정의 편향성이 드러났고 중고생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엉뚱한 책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 역사는 어디에?

40개 학교 중 37곳에서 권장도서 목록에 들어간 한국사 관련 도서는 3권 미만에 불과했다. 선정된 책들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등 천편일률적이다. 한국사 관련 도서가 한 권도 없는 곳도 3곳이나 됐다.

그리고 ‘거꾸로 읽는 세계사’와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처럼 역사학을 전공하지 않은 운동권 출신 저자들이 쓴 책들을 권장도서로 뽑은 학교가 많았다. 조사 대상 중 3분의 1 이상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쓴 ‘거꾸로…’ 한 종만을 세계사 추천도서로 선택했다.

현대사 권장도서를 선정한 5개 고교 중 4개교가 ‘다시 쓰는…’ 한 권만을 추천도서로 올려놓았다. 이 책을 권장도서로 올린 중학교도 있었다. 숭실대 권영국(사학) 교수는 ‘다시 쓰는…’에 대해 “한쪽 관점에 치우친 책으로, 균형 잡힌 역사를 배워야 할 중고교생에게 특정한 시각의 책만 읽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고려대 권내현(역사교육) 교수도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 나온 것으로 이후 많은 자료가 새롭게 밝혀지면서 최신 성과를 반영한 다른 책도 많다”고 말했다. 이렇듯 역사학자가 쓰지 않은 책을 ‘꼭 읽어야 할 한 권의 역사책’으로 권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학계의 지적이다.

시, 소설 등 문학책의 경우 학교당 적게는 20권, 많게는 100권 이상 권장도서 목록에 올린 것과 비교하면 역사에 대한 무관심은 더욱 두드러진다.

청소년에게 권하는 도서 100권을 소개한 책 ‘길을 찾는 책 읽기’의 저자 김학민 씨는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어른들이 자신이 지나온 시대의 가치관, 자신이 읽었던 책 위주로 권장도서 목록을 작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 격차 심한 눈높이

동작구 A중학교의 권장도서 목록에는‘삼성처럼 회의하라’ ‘블루 오션 전략’ ‘서비스 이노베이션 엔진, 6시그마’ 같은 책이 포함됐다. 이들 책은 직장인 권장도서로나 적합한 경제경영서다. ‘토플·토익·텝스 숙어공략’을 권장도서로 정한 고등학교도 있었다.

반대로 중학생 수준에 맞지 않게 너무 유치하거나 너무 어려운 도서를 추천한 학교도 있었다. 성북구 B중학교는 ‘아리 공주와 꼬꼬 왕자’ ‘푸른 돌고래 섬’을 추천했다. ‘아리 공주…’는 초등학교 저학년, ‘푸른…’은 초등 고학년용 동화다.

강남구 D중학교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추천도서로 올렸다. 김훈의 ‘칼의 노래’를 넣은 중학교도 있었다. 이들 책은 중학생들에게 권하기에는 수준이 높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워낙 책을 안 읽으니까 한 권이라도 양서를 읽으라는 의미에서 이같이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대 윤여탁(국어교육) 교수는 “고전 중심의 ‘좋은 책’을 선정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청소년의 독서 토대는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모임의 허병두 대표는 “읽는 사람이 아니라 권장하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 체계적인 선정 시스템이 없다

전문가들은 ‘권장도서 목록’에 체계적인 선정 기준이 부족한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본보 조사 결과 대부분의 학교가 몇몇 교사에게만 의존해 목록을 작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교사는 “국어과 선생님들끼리 모여서 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 위주로 선정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인터넷을 서핑해서 얻은 자료 위주로 목록을 작성하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10년 동안 같은 자료를 계속 사용하고 가끔 인기도서 몇 권을 덧붙인다”고 답한 교사도 있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신임숙 사무국장은 “고1인 딸이 권장도서를 읽고 독후감을 쓰는 숙제를 하는데, 선정된 책이 어려워서 애를 먹는다”고 털어놓았다. 허병두 대표는 “학생들이 읽고 싶은 책이 어떤 것인지 교사가 직접 물어보고 이를 검토한 뒤 학생들과 내용을 토론하는 작업을 통해 목록을 완성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2006/08/10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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