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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독자리포트/거리의 간판들 아직도 誤字 투성이

거리에 나가보면 거의 모든 건물에 간판이 걸려 있다. 크기도 제각각이지만 문체 또한 다양하다. 간판이란 상점이나 영업소의 ‘얼굴’ 구실을 한다.
간판을 국어사전에서는 세 가지 정도로 정의하고 있다.

먼저 상점 영업소 따위에서 상호 상품명 업소 등을 써서 밖에 내건 표지를 말하고, 학벌을 속되게 이르는 말, 얼굴 생김새를 속되게 이르는 말의 뜻이 있다. 결국 간판은 그걸 내건 ‘사업장의 얼굴’이 된다.

옛날에야 붓으로 아무렇게나 써서 일단 손님에게 장소나 업종을 알리면 그만이었지만 지금은 동종업체가 많고 취급품목이 다양한 탓에 고객의 눈길을 한번에 사로잡으려고 개성 있는 간판이 등장한다. 그래서 디자인 개념이 도입되어 고급스럽고 화려해졌다. 또한 제작 과정에서도 컴퓨터를 활용한 첨단 공법을 쓴다.

그런데 아직도 이번 변화를 못 따르는 잘못된 표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에’와 ‘의’를 제대로 구분 못 하고 있는 것.

‘에’는 체언(조사의 도움을 받아 문장의 주체 구실을 하는 낱말)에 붙여쓰는 조사로 공간적 시간적 위치를 나타내거나 동등한 자격으로 여럿을 열거할 때 쓰는 용법이다.

홍삼이나 건강이 주체가 아니라 집이 주체인데도 ‘홍삼에 집’이나 ‘건강에 집’이라는 말이 건강식품점 간판에 흔히 쓰여있다. 소유나 장소,관계를 뜻하는 조사 ‘의’를 써서 ‘홍삼의 집’이나 ‘건강의 집’이라 해야 옳다.

‘찌개’ 또한 가장 많이 틀리는 단어중 하나이다. 많은 식당에서 ‘찌개’와 ‘찌게’를 섞어서 쓰고 있다. 많이 개선되긴 했어도 눈에 뜨이는 것으로 ‘휴계실’이 있다. 휴게실(休憩室)이란 한자어가 바른 언어이다.

외래어 ‘배터리’도 전지약, 건전지 약, 밧데리, 밭데리 등 제 각각 쓰여지고 있다. 주유소나 할인매장에서 ‘할인세일’이라고 쓴 현수막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세일(sale)이란 말에 염가판매의 뜻이 이미 담겨 있다.

월드컵 기간 동안 행정관청에서는 대대적인 옥외광고물 단속을 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는 노력의 하나였다.

그러나 간판의 개수나 크기만 문제삼았지 정작 중요한 표기 문제는 지나치고 말았다. 구청의 가로정비팀은 얼굴은 그냥 두고 몸집만 정비하기에 급급한 셈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광고물이 정비된 것도 아니다. 인천 남동구 간석오거리를 비롯한 유흥가의 불법 음란성 간판은 손도 대지 못하고 영세 상인의 간판만 단속했다는 불만이 높다.

광고물 업계도 조금만 노력하면 훨씬 나은 가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표준 도안 지침이 있듯 표본 문장을 체계화해 전산화 할 수 있는 것이다.

기술과 기능을 현대화하는데 그치지 말고 맞춤법도 지켜야 한다. 바른 말, 바른 글을 사용하는 것은 국민으로서 기본 자세이다.

임노순(50)/경기대 국어국문과 겸임교수겸 인천문예창작대학 학장

2002/09/22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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