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탓인지 직업 탓인지 텔레비전 드라마를 마음 편히 보지 못한다. 줄거리나 표현양식보다는 젊은 탤런트들의 혀짧은 발음이 신경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연극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나 기본기가 되어있는 탤런트들은 젊어도 그렇지 않은데 벼락상승을 한 스타들 가운데는 복모음이 발음이 되지않는 이들이 많다. ‘의’를 발음하지 못하거나 ‘외’를 ‘애’로 하는것도 어이가 없는데 ‘와’조차 발음 못하는 탤런트들을 보면 차라리 귀를 막고 싶다.
그런데 이런 탤런트들이 한 둘이 아니다. 최근 ‘백만불의 미소’로 이곳 저곳에서 눈부시게 활약하는 꽃미남 탤런트도 입을 벌리기 전까지는 아름답기 그지 없지만 일단 입을 벌렸다 하면 새된 발음이 듣는 사람을 민망하게 한다. 말이란 동작과 더불어 연기의 기본인데 우리 말의 정확한 표현을 그에게 가르치지 않는 연예계 풍토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이런 사람은 나이 어린 탤런트니까 그렇다고 접어두자. 시청률이 방송사들의 지상과제가 되어 연예인들이 여러 프로그램의 사회자를 맡으면서 우리 말을 제대로 발음하지 않는 진행자가 너무 늘었다. 강호동씨를 비롯해서 걔중에는 사투리를 버젓이 쓰는 진행자도 많다. 물론 사투리는 소중하게 지켜야 할 우리 말의 일부이다. 그러나 방송은 전국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행자는 정확한 우리 말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오락프로그램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바른 말을 가르치기는커녕 우리 말을 틀리게 쓰고, 잘못 발음하며, 정확하지 않게 묘사하는 것이 마치 유머감각인양 오인되어서 유포된다. 때로는 그렇게 틀린 표현을 맞춤법까지 틀려가며 자막으로까지 내놓는 것이 요즘 방송이다.
여기까지도 우리 말 소양이 부족한 연예인들의 문제라고 넘어가 보자.
우리 말의 기본을 지켜야 할 아나운서들에게서도 걱정스런 현상이 발견된다. 복모음 발음도, 표준말도 문제 없는데 외래어와 외국어를 혼동하고 외국어를 즐겨 쓴다. 한마디로 우리 말이 무엇인지 모른다. 가장 두드러지는것이 에프(f) 발음의 빈번한 사용이다. 가령 프랑스를 프랑스라고 피읖 발음을 하지 않고 France로 에프 발음을 한다. 그 나라를 부르는 그 나라 모국어 발음과는 별개로 우리나라는 그를 ‘프랑스’로 부르기로 약속했다.
이것이 외래어이고, 외래어는 한국어의 한 갈래이다. 아나운서라면 이것을분명히 알고 실천해야 하는데 굳이 에프 발음을 넣어서 발음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유능해서 여러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아나운서들한테서 더욱 많이 발견되는 현상이니 문제는 더 크다.
유럽에서는 경영자만 되어도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말을 할 기회가 많아진다고 그 나라 말을 정확하게 구사하는 법을 따로 익힌다고 한다. 그런데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의 출연자들이 우리 말을 정확하게 못 쓴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방송 출연자에 대한 우리말 요구 수준은 지금보다는 훨씬 높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