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족’이 넘쳐난다. 일상에서 영어만을 고집하며 쓰는 그들은 몸은 한국인이지만 사고 방식과 의식은 외국인이다. 스스로 한국인이란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이질적 문화를 만들어내는 영어족의 급증은 지나친 글로벌화의 부작용으로 신사대주의가 대두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자아 내게 한다.
요즘 홍대 앞ㆍ압구정ㆍ이태원의 클럽이나 그 주변을 지나다 보면 영어로만 이야기하는 20대 젊은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들 영어족은 주로 미국ㆍ영국ㆍ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에 유학을 다녀왔거나 부모님을 따라 어렸을 적 몇 년을 그 곳에서 보낸 이들이다.
하지만 외유 경험이 전혀 없거나 몇 달 정도 어학 연수를 다녀온 게 해외생활의 전부임에도 “왠지 멋있어 보인다”며 자신을 해외파로 가장하려고 입에 ‘버터칠’ 하는 몰지각한 이들도 상당수다.
이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는 배경엔 서구식 클럽 문화가 있다.
클럽이 발달한 홍대 앞 등에는 유학생ㆍ교포ㆍ외국인 등이 우후죽순으로 모여들어 함께 힙합과 레이브 등을 즐기다 자연스레 영어로 이야기하게 되고 쉽게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이루게 된다.
이들 영어족에게 ‘남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보느냐’는 관심 밖 일이다. 이들은 극도의 개인주의로 자신들만의 문화를 숭배하고 타인의 시각은 철저히 배제하기 때문이다. 이런 서구주의적 사고방식 때문에 이들은 ‘바나나’에 비유된다.
겉 모습은 노란 동양인이지만 속은 하얀 백인에 가깝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강하지 않고 오히려 스스로를 서양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이 중 일부는 부모의 왜곡된 생각 때문에 영어족에 편입되기도 한다. 1~2년 정도 짧게 외국에서 살다 온 이들 중엔 부모들이 영어를 안 쓰면 잊어먹는다며 영어로 말하기를 강요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회사원 이 모 씨(31)는 “한국 사람이 국어를 쓰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언어에는 그 민족의 혼과 얼이 깃든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며 “정부의 지나친 국제화 외침의 부작용으로 민족 정체성 상실의 시대가 온것이 아니냐”며 개탄했다.
이에 대해 영어족 중의 하나라고 자처하는 박 모 씨(29ㆍ회사원)는 “나이가 어린 사람들 중에 겉 멋으로 영어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대부분이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편하고 자유스러워서 그러는 것일 뿐”이라며 “남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색안경을 끼고 보지는 말았으면 좋겠다”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