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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한글날 "한글전용"촉구…광고는 한문투성이

달력을 보니 낼모레가 한글날이군요. 저는 이 칼럼을 통해 웬만하면 재미있고 흥미로운 옛날기사를 들춰보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오늘은 ‘학구적으로’ 한글날 관련기사를 한 편 꺼내보기로 합니다. 60년 10월9일 기사인데 “모든 책 한글로 쓰자 ‘한글날’ 맞아 정부에 건의”라는 제목을 달고 있군요.
“9일 열린 5백14돌 ‘한글날 기념식’에서는 민족문화의 발전을 위해 모든 공문서는 물론 전 간행물에 한글만을 전용케 하자는 결의를 표하고 이를 국책적으로 시행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키로 하였다.

또한 의식장에서는 세종대왕의 위업을 계승하고 한글로써 이 나라 문화 및 과학의 발전을 위해 세종로에 세워지는 우남회관을 세종회관으로 그 명칭을 개칭토록 서울시와 정부에 다시 촉구하는 결의를 하였다.

이날 상오 10시 3·1당에서 윤 대통령 임석하에 열린 한글기념식에서 오(오종식·세종대왕기념사업회 이사)씨는 기념사를 통해 한글전용으로 세종대왕의 위업을 받들고 우리 고유민족문화의 발전과 과학발달에 이바지하자고 말하였다.

한글날 기념식에서 처음 임석한 윤 대통령은 파란많았지만 한글의 수난을 상기시키고 이를 수호하기 위해 일제 압정에서 순직한 한글학자와 한글을 길이 빛내고 있는 한글학자들의 노고에 감사를 올렸다. 윤 대통령은 우수하고 자랑스러운 한글을 더욱 빛내기 위하여 나라는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하여 한글전용을 뒷받침했다.”(후략)이 기사 밑에는 영화광고, 병원광고가 빽빽하게 실렸는데 흥미롭게도 하나같이 한문 투성이입니다. 몇 개를 뽑아볼테니 읽어보십시오. 한자가 너무 많아 신세대들은 읽기 힘들지도 모르겠군요 (아참, 위 기사중 ‘우남회관’의 우남(雩南)은 이승만의 아호지요).

“本格的怪奇恐怖映畵의 決定版!” ‘吸血鬼鮮血’이라는 공포영화의 카피지요.“韓國映畵의 名目으로 一新하는 文藝代表作 드디어 次週開封決定! 香氣높은 黃順元文學의 決定的文藝篇 李民子 申榮均”은 ‘ 寡婦’라는 문예영화의 카피입니다.

‘申相玉 製作, 金洙容 監督’의 ‘돌아온 사나이’라는 영화의 광고카피는 압권입니다. “8·15의 기쁨! 6·25의 苦難! 그리고 4·19의 試鍊속에 피고지는 사랑의 路程! 男性愛의 새로운 倫理 를 表現하여 눈물과 同感없이 볼 수 없는 香氣높은 名篇!”

아이고, 罪悚합니다! 저도 한글專用論者인데 本意 아니게 이렇게 눈을 疲困하게 해드려서 罪悚합니다. 근데 이런 映畵廣告들 옆에는 “胸廓內科 結核療養院(設立·郊外)” “痔疾完治郭醫院鐘 路三街” 따위의 자잘한 廣告들이 빽빽하게 실려있군요.

이렇게 한글전용을 주장하시는 뜻있는 분들의 주장과 시정의 현실은 괴리돼 있는 것입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이번 한글날에도 여기저기서 글짓기대회가 열리는 모양입니다. ‘방가방가’ 따위의 인터넷 통신언어를 순화하자는 주장, 한글날을 국경일에 포함시키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군요.

2002/10/07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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