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말인지 영어인지 헷갈립니다”
지난해 6월 남한에 와 올해 3월부터 K전문대학 치기공과 1학년에 재학중인 탈북자 김광현씨(25)는 남한에 온지 1년이 넘었지만 ‘영어같은 남한말’때문에 아직까지 애를 먹고 있다.
김씨는 올해 초 학교에 입학한 뒤 한동안 학교생활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캠퍼스, 미팅, 커닝이라는 단어부터 MT, OT 등 남한의 대학생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용어들을 생전 처음 들어봤기 때문이다. 학교수업도 마찬가지. 메탈(금속), 라인(선), 루트(뿌리), 크라운(관) 등 치기공과에서 기본적으로 쓰이는 용어조차 모두 영어를 사용하는 바람에 김씨는 수업내용을 좇아가기보다는 용어외우기에 매달려야 했다.
김씨의 불편한 생활은 학교를 벗어나서도 마찬가지였다.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햄버거 하나를 주문했다가 “세트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세트’라는 말을 몰라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가 원하지도 않는 후렌치 프라이(튀김감자)와 콜라까지 먹어야 했다. 백화점에 가서도 옷에 붙어있는 상표나 치수 등이 모두 영문으로 표기되어 있는데다 점원 또한 “사이즈가 얼마예요” “DC(할인)는 안돼요”라는 생소한 말들이 나오기 때문에 솔직히 물건 고르기가 겁난다고 한다.
탈북자 모임단체인 자유이주민연합회 조연지 총무는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남한말 때문에 움츠러들고 주눅드는 경우가 많다”며 “쉽고 이해하기 좋은 우리말을 놔두고 왜 자꾸 영어 등 외국단어를 갖다 붙여 국적 불명의 말을 만들어 내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