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른 이 180553461 명
  깁고 더함 2007/12/28
   
 
 
 
  서적, 출판
오지기 맞았나?, 억수로 맞았나?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로 맹근다

사투리는 사투리가 아니다. 사투리는 각 지방에서 쓰는 고유한 말씨로서, 이상화된 표준어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 넣어 생동하는 숨결을 느끼게 한다. 이는 사람을 처음 만나 알아가는 과정과 비슷하다. 우리가 사람을 처음 만날 때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한다. 그러다 만남의 횟수가 잦아지고, 부딪치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서서히 윤곽을 잡게 되고, 다양한 모습의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 사투리는 사람 사귐에서 그 사람의 다채로운 모습을 알아가는 과정처럼 한 나라의 말에 다양한 음영을 불어넣어 준다. 따라서 공용어로서 표준어를 바르게 사용하고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언어를 풍성하게 해주고 우리 선조들과 함께 살아온 사투리에도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과 같은 따스한 관심이 필요하다.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로 맹근다>(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는 경상도 사투리를 토대로 하고 있으나 경상도 사투리뿐만 아니라 경기·강원·충청·전라·제주·평안·함경도 등 각 지역마다 살아있는 우리 말의 다양한 모습과 유래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과거와 현재에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지, 말이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어떻게 통하고 있는 지, ‘다홍치마를 입어라’ ‘침이 꿀꺽 넘어간다’ ‘때와 장소를 아는가’ ‘사랑사랑 누가 말했나’ ‘내숭 떨지마라’ ‘어디서 온 거야’ 등 여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사람이 죽었을 때 상주들은 슬픔에 겨워 ‘꺼이꺼이’ 곡소리를 낸다. 그런데 ‘가니껴’, ‘왔니껴’, ‘가겻니껴’, ‘와겻니껴’와 같은 안동말에는 곡할 때 나는 소리와 같은 소리가 난다고 해서 경상도 북부권에서는 “늘 곡소리가 난다”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또한 시비를 걸고 덤비는 사람을 말리며 할 수 있는 말로 ‘와 이라요?’, ‘왜 이래여?’, ‘와 이랍니꺼’, ‘와 이라노?’등 말 맛에 따라 풍부하게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정구지(부추)는 배추김치보다 위암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15% 이상 높은데, 예전엔 귀에 벌레가 들어갔을 때 정구지 즙을 귓구멍 주변에 발라 주면 벌레가 이 냄새에 취해 나온다는 민간요법도 같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긴장감과 딱딱함이 서서히 풀리면서 정겨운 친구를 만난 듯, 그 지역의 친구를 만난 듯, 부드러워지고 걸쭉해지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도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는 사진들은 언어를 다루고 있는 다른 책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여운을 남긴다.

요즘에는 문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사투리를 사용해 독특한 효과와 재미를 끌어내고 있다.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이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으며, 에스비에스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의 “아자씨는 참 나쁜 사람이구만유”는 능청스러운 맛깔의 충청도 사투리를 보여주고 있다. 사투리는 단일화 되고 무미건조한 표준어의 한계를 넘어 과거와 현재의 사람들을 이어주고 그들의 삶과 만나게 한다. 가을, 잠시 눈을 돌려 우리 생활 속에 살아있는 말의 맛을 느껴보자. “시월이 좀 묵는 것도 아이고 시남시남 하든지, 싸목싸목 허든지, 놀멘놀멘 쉬어가며 하드라고잉.”

2006/10/29 한겨레



   
 
번호 예제 날짜 출처
299 한불사전 29년만에 전면 개정 2007/02/02 한겨레
298 외솔 최현배 시조집 출간 2007/02/02 연합뉴스
297 교통방송 아나운서들 `우리말…` 발간 2007/01/17 문화일보
296 우리 말 `억지춘향` 그 유래는 무얼까 2007/01/11 헤럴드경제
295 `속담 대사전` 나왔다 2006/12/11 한겨레
294 속담이 진담이네…정종진교수 `속담사전` 출간 2006/11/30 동아일보
293 `짜장` 구수한 우리말, `라온` 맘으로 공부해요 2006/11/19 한겨레
292 [어린이 책]`고운 우리말 100가지` 2006/11/11 동아일보
291 `광대등걸` `조쌀하다`? 2006/11/06 조선일보
290 오지기 맞았나?, 억수로 맞았나? 2006/10/29 한겨레

   
   
 

 


이 누리집은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판매한 자금으로 부산대학교 정보컴퓨터공학부
인공지능연구실에서 깁고 더하고 있습니다.
우리말배움터(051-516-9268)에 고칠 곳이 있거나 건의할 것이 있으신 분은 연락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