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최고 국어학자들이 편찬한 우리말 사전이 국내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황토출판사에서 나온 ‘우리말 글쓰기 연관어 대사전’은 소설 ‘임꺽정’의 저자 홍명희의 아들 홍기문 등 북한의 1세대 국어학자들이 1960년 집필을 시작해 김일성종합대·김형직사범대·평양외국어대·사회과학원의 학자들이 세대를 이어 45년간 편찬한 사전이다. 75만개 단어를 2200쪽에 걸쳐 실었다.
‘연관어 사전’은 여느 우리말 사전과는 다른 형식이다. 표제어를 찾으면 ‘도구’ ‘방법’ ‘크기’ ‘단위’ ‘형상’ 등의 항목이 이어지고 이에 연관되는 말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표제어 ‘금(金)’을 찾아 ‘크기’ 항목을 보면, ‘자박’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나온다. ‘자박’은 ‘사금광에서 캐낸 생금의 큰 덩어리’로 옛말로 ‘재박’이라 하며 ‘금덩이’와 같은 뜻이라는 설명이 이어진다. ‘내용’ 항목에는 ‘팰다’라는 말을 싣고 “광석이 치밀하지 못하여 금의 분량이 적은 듯하다”라는 뜻을 풀었다. 또 표제어 ‘얼굴’의 ‘형상’ 항목에는 ‘광대등걸(몹시 파리해진 얼굴)’ ‘조쌀하다(늙었어도 얼굴이 보기 싫지 않고 깨끗하다)’ ‘양팽이(얼굴에 무엇을 어지럽게 칠하여 그려놓은 모양)’ 등 ‘얼굴’과 연관되는 여러 단어들을 찾을 수 있다. 각 표제어에는 관련 속담과 관용적인 표현도 함께 실어 참조할 수 있도록 했다.
황토출판사 정청수 대표는 “5년 전 중국에 갔다가 북한에서 이 사전을 편찬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고, 우리 정부의 허락을 얻어 북한측과 계약한 뒤 출간하게 되었다”며 “소설가·시인 등 작가들, 대학교수와 논술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글쓰기를 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