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문 규범의 개정과 제정 권한을 가진 국어심의회가 성씨 표기 관련, 두음법칙 예외조항을 만들기로 결론을 내렸다가 다음 회의에서 바로 뒤집는 등 원칙 없이 운영되고 있다.
3일 국립국어원과 국어심의회 어문규범분과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국어심의회는 지난해 9월 최근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호적에서 성씨 한글 표기 문제에 대해 4대 2로 두음법칙 예외조항을 두기로 결론을 내렸다가 11월 회의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
11월 국어심의회 실무회의에서는 성씨 한글 표기 예외를 인정할 경우, 다른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장기 연구과제로 만들어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심의회가 열릴 때마다 어문규범 분과 위원들이 대폭 바뀌는 등 심의의 연속성도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심의회의 어문규범 분과 위원들이 11월 회의에서 3분의 2이상 물갈이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9월 심의회 결과를 뒤집기 위해 위원들을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뉴스의 눈-국어심의회
인터넷 확산으로 인한 문법 파괴, 귀화한 외국인 급증과 외래어 범람으로 국립국어원과 어문 제개정을 담당하는 국어심의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심의회의 엉성한 운영으로 국민 기대 수준에 못미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국어기본법 등에 따르면 국어심의회는 어문 규범 제정 및 개정에 관한 최고의 결정 기구다.
한 민원인은 “국어심의회가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통해 결정되는지 투명하게 공개돼 있지 않다”면서 “실상 원칙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주무부처인 문화부도 심의회 결정과 효력 발생 과정에 관해 “국립국어원이 관장하는 사항이라 잘 모른다”고 말했다.
국립국어원 측은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다 보니, 심의 결과가 바뀌거나 재검토에 들어간 것”이라면서 “최근 심의 결정에 관한 절차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이 많아 조만간 내규를 명확히 하는 작업에 나서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