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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른 이 178775314 명
깁고 더함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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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 1세대 자성 속 한글교육 적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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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타국민이 자국의 문화생활권을 형성하려면 한 도시에 3만명 정도는 살아야 한다고 한다. 유럽에 사는 동포는 독일 3만, 영국 1만5천, 프랑스 1만, 이탈리아 5천 등 모두 합쳐 7만명 정도다. 이들이 유럽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적 문화권을 이뤄 살기는 지극히 어려워 보였다. 아이들 한국어 교육도 그렇다. 용수철처럼 일껏 당겨 놓아도 손을 놓는 순간 제자리로 되돌아가 버린다. “아이들은 한눈만 팔면, 틈만 있으면 불어를 한다.” 파리 한글학교 김소희 교사의 말이다.
◇ 동포 1세대의 후회와 반성
한 독일 유학생은 “우리말로 얘기다운 얘기를 나눌 만한 동포 2세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용수철 같은 모국어의 끈을 먼저 부모가 잡아주어야 하지만 이민 초창기의 현실이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1960~70년대 동포 1세대가 광부·간호사 등으로 독일에 정착하고, 일부가 스위스 등로 이주할 당시 독일이나 스위스는 한국에 비해 까마득한 선진국이었고, 아이들을 독일인이나 스위스인과 닮도록 키우기에 바빴으며, 한국어는 현지어 습득을 위해 외면해야 했다.
“그때는 아이들이 독일말과 한국말을 둘 다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기도 했고, 학교 성적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학교 다니면서부터는 형제들이나 우리들과도 독일말로 대화하려는 걸 막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인이니까 한국말을 알아야 한다는 걸 강조했더라면 지금처럼 한국말을 잊어버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스위스 베른한글학교 김정주 교장)
그러나 1세대들의 이런 후회와 반성은 지금 유럽에서 한국어 교육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지 못한 내 잘못을 젊은 사람들에게 말해줌으로써 깨우칠 기회가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서 한글학교 일에 적극 참여하게 되었다”는 김 교장의 말처럼 이들 1세대가 80년대 이후 변화한 한국어 교육의 새로운 토양 위에서 한국어의 새로운 수요자들을 위해 한국어 교육의 맥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사회 추종 아이들 정체성만 상실
한글학교 재정난에 학생수 감소 이중고
◇ 새로운 한국어 수요자들과 교육 토양
유럽에서 제일 많은 동포가 살고 있는 독일의 경우 한글학교 37곳에서 240여명의 교사가 1700여명의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90년대 초를 정점으로 학생수가 줄고 있다고 한다. 1세대의 자녀들은 성인이 되어 대부분 졸업한 상태이고, 이 나라에서는 정책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아 동포 유입이 적은 까닭이다. 그 대신 1세대 자녀들이 졸업하고 떠난 빈 자리를 한국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늘고 있는 상사 주재원, 유학생 등 일시 거주자들의 자녀(약 500여명), 80년대 이후 주로 독일인과 결혼하여 정착한 영주 동포 자녀(약 1200명), 그리고 드물지만 한국인 입양아들이 채우고 있다.
영주동포 자녀들이 부모와 모국어로 대화하기 위해, 한국의 문화·역사를 알기 위해 한국어를 배운다면, 주재원이나 유학생 자녀들은 장차 한국에 돌아간 뒤를 위해 ‘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운다. 배우는 동기가 다른 아이들이 어울려 한글학교의 미래를 받치고 있었다. 여기에 곧 3세들이 합류할 참이었다.
요즘 유럽에서 만난 학부모와 교사들은 1세대와 비교하면 ‘극성’이라 할 만큼 한국어 교육에 적극적이었다. 이런 의식변화의 계기는 유럽과 한국 양쪽에서 찾아왔다. 현지 쪽에서의 변화 계기는 무엇보다도 자신이 ‘잘해야 반쪽짜리 유럽인밖에 될 수 없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듯하다. 동포 2세들은 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 한국어와 한국적 삶의 방식을 포기하는 대가를 치르고도 유럽 사회에서 온전한 유럽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에 부닥치게 된다고 한다.
입양아들 현지차별.모국냉대로 방황
동포3세 체계적 교육방안마련 시급
“한 대학 친구는 김나지움(고등학교)을 졸업할 때까지 한국말이라고는 ‘김치’밖에 모르는, 그야말로 독일인이었는데, 대학에 들어가니 유학생도 섞여 있고 하니까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게 되었고, 지금껏 한번도 한국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도 언제나 한국인이라는 게 따라다닌다고 말했다.”(베를린 한글학교 김수련 교사)
동포 2세들이 유럽에서 이방인이란 걸 느끼며 살아야 하는 것은 외모로 인한 이질감 때문만은 아니다. 김 교사 말로는 동포 학생들은 진로 문제에서도 독일인이면 하지 않을 고민을 해야 한다고 한다. “역사학과에 가고 싶어하던 한 학생이 있었는데 인문사회과학 쪽에 외국인 교수가 드문 독일 학계의 보수성향 때문에 고민하더니 결국은 포기했고, 외교관이 꿈인 한 학생은 독일 정부가 독일을 대표할 외교관으로 자기를 써 주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라며 고민하는 걸 보았다.” 소수민족의 문화와 언어에 대한 유럽의 호의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으로서 그쪽 주류사회에 들어가기에는 장벽이 너무나 높다는 얘기다.
변화의 또다른 계기는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과 높아진 국제적 위상이다. 한국·한글학교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 중 하나는 “외국에 사는 동포 자녀들이 한국을 위해서 큰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유럽에서도 한국어에 능통하고 한국 문화에 익숙한 재원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한국인’이 인정받을 조건이 익은 만큼의 한국어 공부 토양이 마련된 것이다.
◇ 한글학교와 한국어 교육 현황
유럽에서도 한국어 배우기에 나선 동포 가정에는 휴식이나 여가를 위한 주말이 없다. 프랑크푸르트 한국학교에 중2, 초등 6학년의 두 아이를 보내는 김선경씨는 “토요일에는 한국학교, 일요일에는 성당에 다니느라 쉴 날이 없어 불평하지만, 한국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여 기를 쓰고 데리고 온다”고 했다.
그러나 주말에만 가르치는 한글학교에서의 교육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까 베를린 한글학교 김준시 교장의 “한글학교를 10년 이상 다녀도 내용 파악 능력이 한국 초등학교 2~3학년 수준에 그친다”는 말은 주말학교의 현주소를 말해 준다.
주독일 한국 교육원(원장 심제택)에서 한글학교에 지원하는 돈은 학생 1인당 1년에 19유로(약 2만3000원)인데, 이 정도는 주말에만 교실을 빌려 쓰는 돈을 내는 데도 부족한 수준이다. 이런 현실은 학생 수 감소 경향과 맞물려 수준에 맞는 반편성을 어렵게 하고 있었다. 상사 주재원 자녀들이 많아 유럽에서 학생 수가 570여명이나 되는 프랑크푸르트 한국학교조차 유치부와 초등부까지는 교민과 주재원 자녀의 반 구분이 없다고 한다.
그런 어려움 탓에 학교마다 나름대로 자체 건물 확보를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었다. 스웨덴 한국학교 최현숙 교장도 “학교 세울 꿈을 가지고 해마다 ‘스웨덴 한국학교 어린이날 행사’ 때 바자회나 음식판매, 복권판매, 찬조금 등을 통해 기금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지금까지는 한글학교들이 홀로 힘겹게 한국어 교육을 담당해 온 것이 사실이었으나 최근 다른 제도적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영국의 경우 현재 런던 근교 한국인 밀집 거주지역인 뉴몰든의 ‘쿰 여고’에서는 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하며, 스위스의 취리히 한국학교는 취리히주 교육청으로부터 ‘모국언어문화학교’로 지정돼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 유럽 입양아의 한국 배우기
유럽에는 동포 수에 맞먹는 약 5만여명의 한국인 입양아가 살고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이들에게도 한글학교는 한국을 배우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스웨덴에서 스톡홀름대 한국학과를 졸업한 토비아스 후비네트(72년 생후 7개월에 입양)는 “95년 한글학교를 다니면서부터 또다른 조국인 한국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는 입양아에 대한 스웨덴인들의 차별을 겪으며 해외입양 한국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금은 이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었다.
스위스에서 만난 수잔 수경 그로치(75년 5살 때 입양)는 한국어를 배우려고 여러 차례 시민강좌에 신청을 했으나 번번이 인원이 모자라 강좌가 열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 잘못으로 스위스로 오게 된 것도 아닌데 한국 갔을 때 한국말을 못하면 당장 배우라는 식의 거부반응을 보이면 우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그러나 내 안에 한국적인 것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한국말도 배우고 싶고 한국 음식도 해먹고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입양아들의 이런 개별적 관심을 하나의 흐름으로 담아내기에는 한글학교의 그릇이 부족해 보였다.
베를린 한글학교의 경우 한국 아이를 입양한 독일인 부모가 “이 애는 한국 아이이기 때문에 다른 외국어를 아무리 잘해도 한국어를 못하게 되면 안 좋다”며 한국말을 가르쳐 달라고 데려온 경우가 몇 사람 있었지만 집에서 전혀 한국말을 쓰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중도에 포기한다고 한다.
◇ 한글학교의 미래는 유럽에서 한국어의 미래다
“한국은 발전하고 있지만 이곳은 오히려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라는 베를린 한글학교 한 교사의 말처럼 오늘날 유럽 한글학교의 사정은 한국어 교육의 새로운 토양에서 자라고 있는 새로운 한국어 수요자들을 위해 체계적인 교육을 담당하기에는 힘이 부쳐 보였다.
한글학교의 존립과 발전은 머잖아 유치부에 들어오기 시작할 동포 3세들의 교육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한글학교의 열악한 상황 속에서 그나마 한국어 교육의 맥이 유지된 것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부모가 한국어 교육의 상당한 몫을 가정에서 담당했기 때문었는데, 한국어에 익숙하지 못한 동포 2세들에게 이런 몫을 기대할 수는 없다.
“독일도 장차 미국 상태가 된다. 그곳의 2~3세들은 한국말을 거의 못한다”는 프랑크푸르트 한국학교 김연한 교장의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한글학교가 교재, 교사, 재정 등 여러 면에서 체계적으로 곧 밀어닥칠 새내기들을 맞을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되며, 이런 준비는 현지인들과 한글학교만이 아닌 우리 정부의 몫이기도 하다.
2002/10/12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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