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른 이 182482126 명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어설픈 영어·한자, 우리말·글 `몸살`

집안 제사가 있어서 용인에 있는 부모님 댁에 왔습니다. 용인이라는 곳. 지금 용인은 성남과 마찬가지로 엄청나게 ‘개발’을 해서 높직높직한 아파트로 가득한 아파트 마을이 되었어요. 자연환경 뿐 아니라 사람 사는 환경을 생각지 않았다는 개발이라죠 그런 개발을 두고 ‘난(難)개발’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한겨레>에서는 난개발이라 안 쓰고 막개발이라고 써요. ‘새로 지은 도시’를 두고 ‘새도시’라 하고 ‘신(新)도시’라 하지 않듯 말입니다.

지금 우리 나라 곳곳은 막개발, 그러니까 마구잡이 파헤치기로 온통 몸살을 앓고 있어요. 땅고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우리가 쓰는 말과 글도 그래요. 얼마나 마구잡이로 파헤치는지 살아 숨쉬는 땅, 생기있는 사람, 살가운 말과 글을 쓰는 모습은 만나기가 참 어렵네요.

아이들에게 ‘너나들이-씨동무-어깨동무-불알동무’ 같은 말을 가르치지 않으면서 ‘죽마고우(竹馬故友)’나 ‘girl·boy friend’는 가르치는 우리거든요. 이제 겨우 초등학교 들어간 아이들에게 ‘difficult’를 가르치지만 ‘어렵다’는 말을 느낌과 쓰임에 따라서 다르게 쓰는 여러 가지 비슷한 낱말인 ‘까다롭다-어렵사리-애먹다-힘들다-힘겹다-괴롭다-고되다-고단하다-고달프다=껄끄럽다-꺼림칙하다’ 같은 말은 가르칠 줄 몰라요. 우리는 아이들에게 ‘사과’가 ‘apple’라고 가르치기도 해야겠으나 사과나무를 누가 길러서 얼마나 땀흘려서 가꾼 뒤 거두어서 우리가 먹을 수 있는지를 먼저 가르칠 수 있어야 좋아요.

말을 배우고 글을 익히며 공부를 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은 사회 속에서 어우러짐을 몸에 붙여야 좋습니다. 왜 말글을 배우고 왜 공부를 하는가는 모르는 채 지식만 한 가득 부어주면 마음은 비고 머리만 무거운 아이가 되고 말거든요. 그래서 그 아이가 어른이 되면 온 나라를 ‘막개발’로 무너뜨리고 우리 삶과 말글도 허물어뜨리는 나쁜 어른으로 크고 맙니다.

막개발이나 마구잡이 개발은 도시 계획에서도 문제예요.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아무 말이나 마구잡이로 가르치지 말고, 왜 가르쳐야 하는가, 무엇을 가르쳐야 좋은가를 생각해야 비로소 우리에게 어두운 현실도 밝은 앞날을 내다보며 한 줄기 빛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2002/10/13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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