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가 출발어, 목표어가 프랑스어인 한불사전이 이 땅에서 출간된 지 29년만에 환골탈태한다. 오는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 한국불어불문학회 편저 <새 한불사전>(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이 그것. 총 7만7000여 표제어에 10여개의 용례를 담고 있는 이 사전은 역시 한국불어불문학회가 펴낸 기존판의 단순 개정 차원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 만든 사전이다.
“한불사전만이 아니라 한영사전 등의 기존판들은 찾고자 하는 단어는 대충 다 수록돼 있으나 거기에 나오는 어휘들로 문장을 만들면 영어는 영어답지 않고 불어는 불어답지 않은 꼴이 돼버린다. 왜 그런고 하니, 기존판들은 한글 표제어들을 늘어놓고 거기에 해당하는 불어나 영어 단어들을 갖다 붙여놓기만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나올 새 사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아예 한글표제어 문제부터 개선하기 위해 한글사전을 꾸리는 작업을 먼저 시작했다.” 이 학회 총무이사 이철의 교수에 따르면 기존판 표제어는 6만여개. 새 사전은 약 2만개가 더 늘었는데, 더 중요한 것은 훨씬 더 찾기 쉽고 이용하기 쉽고, 풍부하며 정확하다는 점이다.
새 사전의 표제어 배열방식은 재배열방식을 취했다. 이는 “동일한 어기(말뿌리)를 공유하는 어휘들을 하나의 주표제어 아래 부표제어로 모아 놓는 방식”이다. 예컨대 ‘촌’(寸)이란 표제어엔 ‘촌수’가 부표제어로 제시되고 ‘촌스럽다’ ‘촌놈’ ‘촌닭’ ‘촌뜨기’ 등 ‘촌’으로 시작되는 단어뿐만 아니라 ‘대학촌’ ‘지구촌’ ‘빈민촌’ 등 ‘촌’이 뒤에 오는 단어들도 한 주표제어 아래 통합배치된다. 용례도 명사 보어가 쓰인 것(‘억누르다’의 경우 ‘욕망을 ~’)뿐 아니라 절 보어가 쓰인 것(‘담배를 피우고 싶은 것을 ~’)들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