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의 국어 시험문제가 생각나곤 한다. 5학년 때 “‘낮을’을 소리나는 대로 쓰시오”라는 문제였다. 필자는 당시 ‘나슬’이라고 답했다. 정답은 연음법칙에 따른 ‘나즐’이었다.
요즘 초등학교 과정에서는 이러한 문법을 거의 가르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어교육이 발음이나 쓰기 위주의 문법보다는 사고력을 더 강조하기 때문이다.
인천교육대 박인기 교수는 “최근 국어 교육이 문법보다 사고력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문법 기초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사고력 중심으로 나아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입학 전에 한글의 읽고 쓰기를 마쳤다고 보는 것 같다. 한글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한 입학생도 많지만, 학교에서는 국어 기초과정을 비중있게 다루지 않아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국어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학생들은 상급학교에 진학해도 국어에 대한 두려움으로 ‘부진아’가 되는 경우도 있다.
박문여고 오원경 교사는 “중학교에서는 영어 문법처럼 국어 문법을 섭렵하지는 않는다. 고등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국어 문법 기초를 다시 가르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이 사고력, 창의력을 지향하는 교육을 표방한 지 오래다. 언어자체도 변화하는 것이라는 언어사회학적인 주장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사고력을 지향한다고 해서 기본 교육을 등한시 할 수 없지 않은가?
아이들에게 어려운 문법을 가르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초 교육을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적어도 의무교육 기간인 중학교를 마치면 우리 말을 조리있게 말하고, 정확하게 쓸 줄 알며, 분명하게 읽고 들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글만큼 과학적이고 정확하고 아름다운 문자가 드물다고 한다. 우리 말이라고 해서 제대로 배우지 않아도 올바르게 쓸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처음 단어 익히기를 통해 한글을 읽고 쓸 줄 알게 되면, 그 후에는 문장 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어릴 때부터 외국어 교육에 힘을 쏟는 만큼 우리 말에도 정성을 들이면 좋겠다.
그래야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나 잘못된 어휘 사용이 줄어들 것이며,영어식 표현에 젖어서 본래의 우리 말 표현을 망각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