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양 떨다’와 ‘응석부리다’는 전혀 다르다. 화려한 아얌, 즉 옛 여성용 방한모(額掩)를 쓰면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 ‘아양 떨다’다. 귀염을 받으려고 애교 있게 말하거나 행동한다는 뜻이다. ‘응석부리다’는 아껴주는(惜) 반응(應)을 얻으려는 투정에서 비롯됐다. 어른에게 어리광을 부리거나 귀여워해주는 것을 믿고 버릇없이 구는 것을 말한다.
이런 식으로 단어 400여개의 뉘앙스를 설명하고 있다.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별 못하는 ‘멍텅구리’는 못생기고 굼뜬 바닷물고기인 ‘멍텅구리’에서 유래했다. 뜻 밖에 운수가 좋다는 의미의 ‘땡 잡다’는 화투놀이에서 모양이 똑같은 화투장이 2개 들어오는 패를 일컫는 말이었다.
‘감감무소식’에서 감감은 ‘아주 멀어서 아득하다’는 ‘감감하다’에서 나왔다. 소식 없음을 강조하려고 무(無) 자를 더했다. 감감소식과 감감무소식 둘 다 표준어다.
‘모둠’은 ‘모으다’는 뜻의 옛말 ‘모두다’에서 유래했다. 모둠 회, 모둠 안주 등이 표준어다. ‘모듬’은 틀린 표기다.
감기의 고유어인 ‘고뿔’은 본디 ‘곳블’이었다. ‘고’는 코(鼻)라는 뜻이고, ‘블’은 불(火)의 옛말이다. 감기에 걸려 흘러내리는 콧물을 닦느라 몹시 바쁜 상태가 돼 ‘코에서 불이 난다’고 그렇게 불렀다.
저자 박영수(테마역사문화연구원장)씨는 “플로베르는 ‘한 가지 생각을 표현하는 데는 오직 한 가지 말 밖에 없다’고 했다. 모파상 역시 ‘우리가 말하려는 것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 동사 밖에 없고 그것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한 형용사 밖에 없다. 그러니까 그 한 말, 그 한 동사, 그 한 형용사를 찾아내야 한다. 그 찾는 곤란을 피하고 아무 말이나 갖다 대용함으로 만족하거나 비슷한 말로 맞춰버린다든지, 그런 말의 요술을 부려서는 안된다’고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