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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서적, 출판
[행복한책읽기Review] 맘마가 일본말이었다니!

빠꾸와 오라이

황대권 글.그림

도솔오두막

224쪽, 9800원

"(…) 만날 늦잠 잔다고 쿠사리 듣던 나는 의기도 양양하게 식구들을 모두 깨웠다. 할아버지는 "우리 대권이가 이찌방이로구나"하며 칭찬해주셨다. (…) 다라이에 물이 조금밖에 없으므로 샤꾸로 물을 조금 떠서 뽐뿌에 넣고 영차영차 뽐뿌질을 했다. (…) 화장을 대충 끝내고 난닝구.빤쓰 위에 메리야스 내복을 입으니 어머니께서 아침 밥상을 들여오셨다. 얼른 독꾸리 하나를 더 걸친 다음 밥상에 달라붙었다."

지은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쓴 일기의 한 대목이다. 1955년생이니 대략 60년대 중반 쯤일 것이다. 초등학생이 일기에 이토록 일본어를 많이 쓸 정도로 당시는 일본어가 지천이었다. 그중 상당수가 현재까지도 우리말에 스며들어 있음을 깨달은 건 일본 책을 읽다가 '맘마'라는 단어를 만나고부터. 세상에, 맘마가 일본어에서 온 말이라니! 곧바로 그는 우리의 언어세계에 섞여 있는 일본어가 대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져 1700여 쪽에 달하는 일본어 사전을 샅샅이 훑게 됐다.

지은이는 여동생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을 택해 '우리말처럼 쓰이는 일본어' 240여 개의 정체를 밝혀낸다. 소개된 일본어는 제목으로 쓰인 빠꾸.오라이를 비롯해 센베이.웨하스 등의 주전부리, 겐세이.히네루 등의 당구용어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일본어에서 온 말로 알려진 '바리깡'은 사실 바리깡이라는 도구를 만든 프랑스 제작소의 이름이라는 뜻밖의 얘기도 있다. 지은이는 "외래어일지라도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우리말이 없고, 대중 속에서 어느 정도 역사성을 획득한 말은 적극적으로 살려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얼마나 할 일 없는(?) 사람이기에 이런 '무데뽀(이것도 일본어다)' 같은 작업을 했을까 궁금하기도 할 터다. 지은이는 미국 유학 시절 구미유학생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서른살 때이던 85년부터 98년까지 감옥살이를 했다. 2002년 베스트셀러가 된 '야생초 편지'도 그때 쓴 원고다. '우리말 바루기' 사이 사이를 스쳐지나가는 60~70년대 한국 사회의 풍경이 가슴 아릿한 향수를 자아낸다.

2007/03/2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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