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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뭉텅이 서술어

우리말은 운문, 얘기, 줄글을 막론하고 3~4 음절 곧 석 자나 넉 자로 된 말이 주로 어울려 맺고 이어진다. 공문·논문·기사 따위 실용문도 마찬가지다. 이를 벗어나면 눈길과 숨결이 흐트러지고, 뜻 전달도 어려워진다. 숨결·눈길을 깨뜨리는 복병들을 짚어보자.

“○○○법안을 입법예고하다”에서 ‘법안’과 ‘입법’이 겹치므로 “○○○법안을 예고하다” 식으로 풀어야 글이 순해진다는 말을 한 바 있다. ‘입법예고’가 넉자짜리다. 각종 행정·법률·보도 용어에서 넉자를 넘어 여섯자짜리까지 쓰는 풍조가 두드러지는데, 이에 ‘-하다·-했다’를 붙여 풀이말을 만들면 여덟자가 넘는 뭉텅이말이 된다. 그 정도면 숨이 가빠진다.

이는 대체로 한자말 뭉치로 된 행정·법률·언론 용어를 그대로 부려쓰려다 보니 생겨난 나쁜 문투들이다. 중간을 띄어쓰기도 마땅찮다. 그나마 나은 방식이 한쪽을 버리는 것이다. 버려도 아쉬울 것 없는 게, 앞뒤에 녹아 있는 까닭이다.

△출국금지조처했다 →출국을 금지했다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소환할 방침이다/불러서 조사할 방침이다 △원고승소 판결했다 →판결했다 △국빈방문한다 →방문한다 △징계의뢰조처했다 →징계하도록 했다 △긴급체포했다 →체포했다 △원천봉쇄했다 →봉쇄했다/막았다 △가택연금하다 →연금하다 ….

이 밖에 “불구속기소, 가중처벌, 측면지원, 예선통과, 압수수색, 최종확정, 정면돌파, 파기환송, 실무방문, 일반분양, 집중조사, …” 들도 풀이말을 만들어 쓸 때는 앞엣말을 없애거나 떼어내 달리 부사어로 만들고, 뒤쪽만 살려 ‘-하다·-했다’를 붙여야 자연스럽다.

낱말을 다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론에서는 이런 법률·행정 용어와 얽힌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게 먼저다. 뭉텅이 서술어들을 깨뜨리자.

최인호/교열부장

2005/03/17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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