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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할아버지와 나는 2촌? 1촌?

올 설에 되짚어볼 전통문화

곧 설날이다. 흩어져 살던 친지들이 모여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새배를 주고 받는다. 또 한 해에 소원하는 일이 잘 풀리기 바란다거나 건강을 기원하는 덕담을 나눈다. 이렇게 설날이 뜻깊은 명절로 이어지기 위해서 돌아봐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전통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다. 누구나 소중하다는 생각은 하지만 잘못 알거나 잘못 가르치는 일이 흔한 탓이다.

촌수에 대한 질문 하나. ‘나와 아버지는 1촌이다. 그렇다면 할아버지와 몇 촌일까’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아이, 어른 구분없이 대부분 2촌이라고 답할 것이다. 교과서에 그렇게 나와 있고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틀렸다. 경기 고양시 주엽고 황보근영 교사는 “이는 세대 수를 촌수로 착각해 잘못 알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라며 “직계혈족 간의 촌수는 자신과 아버지 사이에만 적용하기 때문에 세대 수와는 상관없이 모두가 1촌이다”고 말했다. 대가 늘어난다고 직계 조상이 10촌, 20촌이 돼 남남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촌수는 어떤 경우에 따질까 촌수는 예부터 친족간의 관계를 소중히 여겨 멀거나 가까운 사이를 셈하기 위해 나왔다. 구체적으로 형제자매와 나의 촌수는 부모가 같아, 나와 부모간 1촌과 부모와 나의 형제·자매까지의 1촌을 합해 2촌 관계다. 할아버지가 같으면 2촌×2대=4촌, 증조가 같으면 2촌×3대=6촌이다. 교육과정평가원 최우규 연구원은 “교과서 안에 촌수에 관해 잘못된 부분이 있어 바로잡았다”며 “촌수가 되레 거리감을 조성한다는 의견도 많아 올해부터 교과서에 촌수 표시를 뺐다”고 말했다.

촌수보다 시급한 문제는 잘못된 호칭이다. 그 가운데 아이가 ‘아버지’를 ‘아버님’으로 부르는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말에서는 자기 자신과 자기 것을 높이지 않는다. 따라서 ‘님’을 붙이는 경우는 며느리가 시부모에게 또는 다른 사람의 부모를 부를 때 쓰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누나의 남편은 매형이 아니라 자형이라고 부르며 계수는 여러 제수(동생의 부인)들 가운데 막내 제수를 일컫는다.

아이 처지에서 쓰는 호칭을 그냥 쓰는 문제도 심각하다. 가령 남편을 아빠라고 부르거나 남편 여동생인 시누이를 고모로 부르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성균관 전례연구위원회 황의욱 위원은 “젊은 부부들은 아예 호칭도 모르고 쓰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단순한 잘못에 그치지 않고 정체성 혼란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통문화를 올바르게 계승하는 출발점은 가정이고 그 주체는 부모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앞뒤가 바뀐 아이 교육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가령 집안마다 크고 작은 가계사도 모르는 아이에게 서양의 위인전을 먼저 들이대는 일이 그렇다. 또 방학이면 해외로 썰물처럼 빠져나간 아이들이 워싱턴과 토론토는 알면서 본관이 어느 곳에 있는 지는 모르는 일도 매한가지다.

물론 부모라고 다 아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집안 어른에게 물어보거나 아이와 함께 찾아보는 노력을 해보자.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만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www.encykorea.com/encykorea.htm)은 전통에서 현대까지 우리 문화와 관련해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어 민족 특유의 정서와 사상을 엿볼 수 있고 황보근영 교사가 운영하는 뿌리넷( http://poori.net)에 담긴 나·나라·겨레의 뿌리 이야기도 매우 유익하다.

또 경주 최씨 다천부군파 홈페이지( http://dacheon.net)에는 최현영(경남 창원·42)씨 등 운영자들이 촌수 등을 잘못 쓰는 일들 질타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민속놀이와 조상들의 생활모습을 보려면 한국 민속과 전통문화 홈페이지( www.koreanfolk.org)도 빠뜨려선 안될 곳이다.

주의할 점은 아직도 잘못된 정보를 담은 홈페이지가 많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조사한 홈페이지 150여 개 중에서 올바로 고쳐진 곳은 50개에 불과합니다. 교과서는 바로 잡았지만 아직도 학교나 종친회 등 많은 홈페이지가 그대로 방치돼 있습니다. 교육기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한테 전통교육을 시킨다는 기관의 교재를 살펴보니 절반 가까이 잘못 쓰여 있습니다” 부모가 우리 것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를 최씨는 이렇게 말했다.

2003/01/26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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