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명(絶命)은 “목숨이 끊어짐. 죽음”의 뜻으로 한자를 쓰는 여러 나라에서 두루 쓰지만, 절체절명(絶體絶命)은 오직 일본인들만이 쓰는 말이다.
일본의 삼성당판 <대사전>을 뒤져보면 “ぜつたいぜつめい”(제쓰다이제쓰메이·絶體絶命)를 올림말로 싣고, “위험하거나 곤란한 일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황. 막다른 경지에 몰려서 오도가도 못함”이라고 풀고 “~의 궁지(窮地)”를 보기로 싣고 나서, ‘절체’와 ‘절명’은 구성점(九星占)에서 말하는 흉한 별(흉성)의 이름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자와 언론인들이 그 말 본래의 뜻과 달리 제멋대로 쓰는 모양은 우습기 그지없어서 서울시의 꼴불견 영어 “하이 서울!”을 떠올린다. 다음 글들에서 따옴표 부분은 화살표대로 고쳐 써야 한다.
*국민회의 ○○○총재와 자민련의 ×××총재는 4·11 총선 이후 여권의 과반수 의석 확보 기도 등 공세적 국정 운영에 공동 대처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필요에 따라 밀월관계를 유지해 왔다.(ㅈ일보) →긴박한/ 절실한.
*지금이야말로 우리 겨레의 진정한 잠재력을 재확인해 볼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회다.(ㅈ일보) →절호의/ 다시 없을.
*우리 전통에 아들이 태어나면 그놈 몫으로 선산에 소나무를 심고, 딸이 태어나면, 밭두덩에 오동나무를 심었다. 그 집안의 ‘절체절명의 소원을’ 위탁한 나무다.(ㅈ일보) →간절한 소원을/ 비원을.
*병들고 고단한 몸이 한가닥 소망조차 끊어져 이제는 ‘절체절명으로’ 머리를 돌에다 부딪쳐 죽어도 시원치 않고, 누구를 깨물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것 같다.(표준국어대사전) →어쩔 수 없어. ※‘절체절명’을 우리말처럼 올림말로 싣고 이런 예문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