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만 해도 방송에서 외래어 남용이 심각한 수준이었고, 사회가 어수선한 탓인지 경음과 격음이 자주 쓰였어요. 그때에 비해 지금은 많이 좋아진 편입니다.”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회가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명용(57ㆍ사진) 아나운서 실장은 지난 20년간 방송언어 발전과 국어문화 확산을 위해 한길을 달려온 연구회의 업적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국어연구회는 1983년 당시 아나운서 실장이던 전영우(69) 수원대 대우교수가 자발적으로 만든 연구단체로 시작돼 86년 회사에서 정식부서로 인정받았다. KBS 아나운서는 모두 한국어연구회의 당연직 회원이다. 그 동안 펴낸 단행본이 30여권 에 달하고, 교사 공무원 경찰 군인 학생 등을 대상으로 순회 강연도 실시해 왔다.
“얼마 전만 해도 지하철 정차 안내방송은 발음이 또렷하지 않아 알아듣기 힘들었을 뿐 아니라 마치 일본어 말투처럼 리듬을 많이 타 듣기에도 거슬렸지요. 지하철 승무원을 상대로 언어순화의 중요성을 강의한 뒤부터 그런 안내방송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매일 20여 통의 문의전화를 받는 아나운서실의 한국어 상담전화(02_781_3838)와 KBS 1TV 및 1라디오의 ‘바른말 고운말’을 통해 올바른 발음과 맞춤법을 널리 알리는 일도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식자층도 우리말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가령 가장(假裝)과 가장(家長)을 읽을 때 둘 다 ‘가’자를 길게 읽는데, 가장(家長)은 짧게 읽어야 합니다. 또 ‘4자회담’도 ‘사:자회담’으로 읽어야지, 짧게 읽으면 죽은 사람(死者)의 회담이 되고 맙니다.”
그러나 그는 한국어연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요즘 연예오락 프로그램의 언어 황폐화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수, 탤런트, 개그맨이 MC를 맡아 국적 불명의 말이나 술좌석에서나 할 수 있는 말을 쏟아놓고 있어요. 마이크 앞에만 서도 공인인데 말이죠. 일본 NHK의 시청자 신뢰지수가 87%나 되는 것은 표준어 사용을 엄격하게 지키기 때문입니다. 공영방송의 올바른 언어 사용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그는 “세 번 이상 부적절한 방송 언어를 사용하는 진행자는 퇴출시키는 삼진아웃 제도를 신설하기 위해 심의실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어연구회는 15일 오후 5시 KBS본관 휴게실에서 자문위원, 전현직 아나운서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주년 기념식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