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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른 이 156208927 명
깁고 더함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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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클리닉] 문장부호까지 또박또박 사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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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은 쉬운가, 아니면 어려운가.
먼저 쉽다고 느끼는 생각부터 정리해보자. 일상생활에서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데 큰 불편이 없으니 쉬운 것 아닌가. 그렇다. 우리말이 모국어라면, 의무교육을 충실히 받았으면 그럴 것이다. 저잣거리에서 시비가 일었을 때 당당하게 자신의 옳음을 주장할 수 있으니 말하기는 그만하면 족하지 않을까. TV나 라디오의 코미디 프로그램까지 즐기니 듣기도 수준급이 아닌가.
거리의 간판 정도는 또르르 꿰고 있으니 읽기 능력에도 문제는 없는 것이겠지. 그런데 책만 들여다보면 곧 졸음이 찾아오는 것은 웬일일까. 복잡하고 딱딱한 것은 딱 질색인 성격 탓일까.
쓰기는 어떤가. 그래, 쓰기에는 좀 문제가 있었지. 학창시절을 객관식 시험시대로 마무리했기 때문인가. 제대로 된 글을 써 본 기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터다. 그래서 견적서, 제안서, 품의서, 보고서, 회의록… 같은 것을 보면 주눅부터 드는 것일까. 하긴 초등학교 시절 받아쓰기 때부터 헷갈리는 것이 많았기 큓문일 거야.
이렇듯, 우리말이 쉽다고 여기는 이들도 쓰기, 나아가 글짓기 쪽은 왠지 낯설어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말이 어렵다거나 어문 규정이 너무 복잡해 이해하기 힘들다고 호소하는 이들은 대개 글을 쓰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논술고사를 눈앞에 두고 본격적인 글쓰기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도 매한가지다.
말하기는 쉬운데 글짓기는 어려운 것일까. 아니다. 말하기도 똑같이 어렵다. 다만 글로 써 놓은 것처럼 단점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특성을 한가지 더 지녔을 뿐이다. 여기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대중 앞에서 연설을 해보면 곧 깨닫게 될 것이다.
글에 자기의 생각과 주장을 담아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목적이 담겨 있기 때문에 어렵다. 그 글에 정치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한 수준 높은 내용을 담으려고 애쓰기 때문에 어려워지는 것이다. 쉬운 말로 조리있게 써서 읽는이의 이해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제대로 된 글을 쓰려면 한글맞춤법, 표준어규정, 외래어표기법… 같은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사소한 문제 같지만 처음에는 문장부호를 알맞게 쓰는 일조차 쉽지 않다. 우리말이 어렵다고 느껴질 때가 바로 우리말에 대해 한단계 더 높이, 더 깊이 다가서는 문턱에 이른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용기를 갖자.
2003/05/22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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