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님, 그날 고마웠어요.” “아로님도 반가웠어요.” 한 인터넷 카페 회원들이 나누는 인사다. 이처럼 나이와 직업 등을 불문한 ‘호칭 파괴’ 현상이 인터넷 동호회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님’과 같은 호칭은 PC통신 동호회가 활성화 될 무렵인 6~7년 전부터 회원들끼리 이름에 붙여온 호칭이다. 대등한 관계에서 만나는 온라인의 호칭이 오프라인으로 연결돼 자리잡는 현상이다. “‘∼씨’ 하면 너무 사무적으로 들리고, 그렇다고 ‘∼대리님 ’하는 것은 너무 딱딱하고, ‘언니’‘누나’도 왠지 어색하고, 딱히 선·후배 사이라고 할 수도 없는 관계에서 순수한 우리말 인 ‘님’자를 붙이니 듣기에 좋더라고요.” 한 인터넷 동호회 회원의 말이다. 이같이 이름이나 별명 끝에 ‘님’자를 붙이는 호칭은 선·후배의 위계질서로 인한 경직된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만들고 서로 예우하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취지로 작은 사회운동처럼 퍼지고 있다.
여성그룹 ‘빅마마’ 팬 카페인 ‘빅마마 둥지(cafe.daum.net/ma madoongji)’에서도 회원들 사이뿐 아니라 주인공인 가수들에게 도 “민혜님”, “연아님”으로 예우하고 있다. 그룹 카페 회원 들의 연령대가 10~50대까지 다양한 이례적인 이 모임은 연예인이라고 해서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법이 없다.
자동차 동호회 ‘레동’(레간자 동호회)회원들은 한달에 한번씩 정기모임을 갖는데 이 때에도 회원들이 주고받는 호칭은 닉네임 에 ‘님’자를 붙인 “∼님”이라는 호칭이다. 회원 백준희(32) 씨는 자신의 닉네임 ‘검둥아비’에 님자를 붙여 “검둥아비님” 으로 통한다. 회원 김준식(31)씨는 “나이 차가 난다고 해서 형, 누나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색하고 서로 간에 간격이 있는 것 같다. 온라인에서 서로를 부르던 닉네임으로 오프라인에서도 부르는 것이 편하고 재미있어 모임에서도 사용한다”고 말했다.
환경시민단체인 풀꽃사랑 (www.fulssi.or.kr)에서는 아예 이 모임의 ‘작명소’에서 풀꽃 이름으로 닉네임을 지어준다. 10대에 서 50대에 이르는 회원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서로에게 “∼님” 으로 부른다. 새로 들어온 회원은 ‘∼풀씨’ 라고 부르고, 작명소에서 이름을 받거나 자신의 이름이 생기면 그것이 호칭이 된다 . 이곳 사무국장 김수진(29)씨는 “처음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풀씨님’ 이라고 호칭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님’이 라고 부르게 됐다. 서로 예절을 갖출 수 있고 나이와 상관없이 친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