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른 이 179914443 명
  깁고 더함 2007/12/28
   
 
 
 
  어휘 풀이
우리말 바루기 243 - 물렀거라

초봄으로 접어들며 꽃샘바람이 차갑지만 산수유 노란 꽃망울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부풀었다. 마치 `추위야 물러가라`라고 소리치는 듯하다. 겨울바람이 미처 꼬리를 감추기도 전에 함성처럼 피어나는 산수유는 봄의 길라잡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옛날 높은 벼슬아치들이 행차할 때는 길라잡이가 앞에서 길을 트기 위해 "물렀거라"라고 소리 높여 외쳤다.

길라잡이가 외치던 벽제소리 `물렀거라`는 요즘에도 `더위야 물렀거라`, `추위야 물렀거라`에서부터 `피로야 물렀거라`, `참고서야 물렀거라`에 이르기까지 광고 문구에 무척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글로 쓴 걸 보면 `물렀거라` 못지않게 `물럿거라`로 한 것도 많다. 둘 중 `물렀거라`가 바르게 표기한 것이고 `물럿거라`는 잘못된 것이다. 이 둘은 소리가 같게 나기 때문에 혼동하기 쉽다.

`물렀거라`는 `물러 있거라`가 줄어든 말이다. 한글 맞춤법은 줄어든 말에서도 본딧말의 형태를 유지하는 쪽으로 돼 있다. `물렀거라`의 받침을 `ㅅ`으로 쓰지 않고 `ㅆ`으로 쓴 것이 그 예다. 그렇게 함으로써 본딧말과 준말의 관련성을 보여줄 수 있다.

`어제 저녁`이 줄어서 `엊저녁`이 되고, `바깥사돈`이 줄어 `밭사돈`이 되며, `여기 있소`가 줄어서 `옜소`가 되는 것도 같은 사례다. `엊저녁`의 경우 `엊`에 `어제`의 `ㅈ`이 받침으로 살아있고, `밭사돈`은 `밭`에 `바깥`의 `ㅌ`이 살아있으며, `옜소`의 경우도 `있소`의 `ㅆ`이 `옜`에 살아있음을 볼 수 있다.

2004/03/02 중앙일보



   
 
번호 예제 날짜 출처
388 우리말 바루기 267 - 접수하다 2004/04/06 중앙일보
387 우리말 바루기 265 - 앙증맞다/수라간 2004/04/01 중앙일보
386 우리말 바루기 263 - 통틀다/서슴다 2004/03/30 중앙일보
385 우리말 바루기 262 - `미이라`와 `링게르` 2004/03/29 중앙일보
384 우리말 바루기 261 - `최대`와 `최다` 2004/03/28 중앙일보
383 우리말 바루기 260 - `지향`과 `지양` 2004/03/25 중앙일보
382 우리말 바루기 258 - `끼`와 `바람기` 2004/03/23 중앙일보
381 우리말 바루기 256 - `~시키다`의 남용 2004/03/21 중앙일보
380 우리말 바루기 254 - 서너/너덧(네댓) 2004/03/17 중앙일보
379 우리말 바루기 252 - 사사(師事) / 사숙(私淑) 2004/03/15 중앙일보

   
   
 

 


이 누리집은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판매한 자금으로 부산대학교 정보컴퓨터공학부
인공지능연구실에서 깁고 더하고 있습니다.
우리말배움터(051-516-9268)에 고칠 곳이 있거나 건의할 것이 있으신 분은 연락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