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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인턴기자의 눈> 국어가 먼저다

극심한 대졸자 취업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취업을 위한 영어 구사 능력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항목이 됐다. 게시판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라도 붙어있는 영어과외 모집공고나 영어학원 전단들만 봐도 우리사회의 영어에 대한 엄청난 관심을 실감할 수 있다. 관심의 차원을 넘어 최근 젊은 부모들 사이에선 아직 기본적인 우리말도 익히지 못한 유아들에게 한국식 발음으로 혀가 굳기 전에 영어부터 가르치는 조기영어학습 붐이 일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놀랐던 적이 있다.
물론, 영어가 세계 공용어로서 국제무대에 진출하려는 사람이라 면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기본소양’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영어가 한국 사회에서 쓰이는 활용도는 얼마나 될까. 어쩌면 외국어를 배우고 이해하려 하기 전에 우선 모국어를 충분히 마스터하는 것이 올바른 언어 학습 순서가 아닐까.

참고로, 내가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며 봐온 수많은 교포 학생들 에 대해 느낀 놀라운 사실 중 하나가, 같은 교포이면서도 중국인과 한국인 학생의 모국어 구사 실력은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중국인 교포 학생들은 자신들의 모국어를 대부분 무리없이 구사할 줄 아는 반면, 한국인 교포 중에는 영어는 유창히 하면서도 어눌한 한국어로는 대화하기를 거부하는 학생이 많다. 아마 도 영어 교육에만 급급한 한국인 부모들이 정작 영어보다 더 중요한 모국어 교육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리라. 이런 연유로 교포 가정에서 부모와 자식간의 대화가 단절되는 경우도 종종 목격했다. 한 나라의 언어는 단순히 여러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도구이기 이전에 그 나라의 문화와 국민성을 나타내는 나라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어렸을때 부터의 한국어 학습이 한 인격 의 기본적 바탕과 인성을 가꿔 나가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럼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우리 모두 영어 교육에 열을 올리기보다 각자의 한국어 실력은 어떤지 스스로 테스트해 보는 건 어떨까. 박승미·뉴욕대3년

2003/08/01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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