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들른 이 149012136 명
깁고 더함 2007/12/28
|
|
 |
| |
|
| |
 |
| |
|
| |
|
 통신언어 나름대로 장점 존재
|
이 글은 어쩌다가 컴퓨터에 나타나는 깨진 문자가 아니다. 요즈음 십대들이 인터넷 상에서 즐겨 쓰는 이른바 ‘외계어’ 또는 ‘외계 문자’이다. 이런 명칭이 붙은 이유는 아마도 만화에서 외계인의 언어를 표현하는 데 이용되던 기호들을 연상시키기 때문인 듯하다.
1980년대 후반 피시(PC) 통신의 등장 이후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통신망과 전체 인구 절반이 넘는 인터넷 사용자를 거느리게 되었고, 이와 더불어 우리의 문자 생활은 어문규범인 표준어와 한글맞춤법에서 벗어나는 아주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다. 지난 1일자에 언급된 바 있는 줄임말, 소리 나는 대로 적은 표기, 대개는 비속어인 신조어, 암호라고 할 수 있는 위와 같은 외계어가 등장하는 현실이 인터넷 통신 상에서 우리글이 겪는 새로운 모험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우리 사회의 규약인 어문규범을 파괴한다는 비난을 받지만, 나름대로의 출현 이유가 있고 대개 의사소통이라는 언어 본래의 기능에 잘 부합되므로 언어학적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웃는 표정), ㅠ.ㅠ(우는 표정), -－-;(진땀 흘리는 표정) 등의 표정 문자는 말하는 이의 태도나 감정을 표현하는 억양의 역할을 한다. ‘어솨요’ 등 줄임말은 통신 요금과 결부된 시간 절약, 그리고 자판을 덜 두드리려는 노력 경제로 인해 나타났다. 이는 영어권에서도 관찰되는 세계적인 현상이며 ‘경실련’ ‘국보위’처럼 일반적으로도 널리 이용되는 낱말 만들기 방법이다. ‘하세여(하세요)’ 등 새로운 변이형과 ‘마니(많이)’ 등 소리 나는 대로 적은 표기, 간간이 등장하는 사투리, ‘당근이지(당연하지)’ 등 신조어 등은 표준어만을 이용하며 맞춤법을 준수하는 단조로움을 피해서 남의 눈길을 끌거나, 더 부드럽고 재미있는 표현으로 분위기를 좋게 만들려는 방편으로 추측된다.
이런 일탈이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의 영역에서 향유되는 것을 우려의 대상으로 보면서 비난할 필요는 없다. 이것이 공적인 상황으로 확대되어 발생하는 사회적인 소통의 단절이 두려울 따름이다. 그렇더라도 글머리에 인용한 외계어는 긍정적인 기능을 찾기가 매우 어려워서 문제가 다르다. 정상적인 한글 대신에 비슷한 특수 기호, 타 언어 문자, 숫자 등으로 바꾸어 남들이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장난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일종의 집단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은어의 성격을 띤다면 집단의 결속력을 강화시키는 장점이 있다고나 할까. 그러나 은어의 사용은 다른 집단과의 단절을 의미하기도 하므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통신 언어 사용자 가운데 현실과 가상공간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가 많다는 점이다. 이렇게 청소년들이 현실과 가상공간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비단 언어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행동 양식에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일이다. 이런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상공간에 몰입된 청소년들을 현실 세계로 끌어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청소년들이 오로지 입시 준비에만 매달리지 않고 관심 있는 예체능 활동과 취미 생활에도 눈을 돌릴 수 있도록 사회가 변모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선 교육의 힘에 기대는 것이다.
가정과 학교에서는 청소년들이 가상공간보다는 현실에서 더 많이 활동하도록 유도하면서 가상공간의 활용과 관련된 윤리 교육에 힘써야 한다. 청소년들 자신도 변하고자 하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말글살이에 대한 국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 글머리의 외계 문자는 “오빠 많이 사랑해 주는 거지요”,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한글 표기를 달리 적은 것이라는 것이 필자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확신 없는’ 해독이다.)
〈김선철·국립국어연구원 학예연구사〉
2004/06/07 경향신문
|
|
|
 |
|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