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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청첩장

요즘 웬만한 소식은 전화로 알리거나 전자우편으로 연락한다. 그러나 청첩장은 카드로 만들어 반드시 우편으로 또는 직접 전달한다. 국어사전에는 결혼 따위의 좋은 일에 남을 초대하는 글을 청첩장이라 풀이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청첩장이라는 말보다는 ‘알리는 말씀’ 또는 ‘삼가 모십니다’와 같은 표현을 쓴 것을 자주 받는다. 그런데 결혼식에 누가 손님을 초대하는 것일까. 청첩장을 받아 보면 대체로 세 가지 경우가 있다. 첫째는 신랑신부인 경우고, 둘째는 혼주인 경우고, 셋째는 드물기는 하지만 혼주나 신랑신부의 친지인 경우다. 그래서 누가 손님을 초대하느냐에 따라 청첩장의 표현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저희 두 사람이 그 사랑과 믿음으로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자 합니다”라고 인사말을 시작했으면 신랑신부가 손님을 초대하는 경우다. 이때는 ‘신랑 아무개 군, 신부 아무개 양’이라 표현하면 크게 잘못을 저지르는 셈이 된다. 자기 자신을 높여 ‘군, 양’이라 했으니 그러하다. 따라서 ‘김아무개씨의 맏아들 아무개, 이아무개씨의 둘째딸 아무개’라고 써야 올바르다. 만약 혼주가 초대하는 경우라면, ‘김아무개씨, 이아무개씨’라 쓰면 역시 안 될 일이다. ‘씨’를 쓰면 자신을 높이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주나 신랑신부의 친지가 초대하는 형식이라면, ‘김아무개씨의 맏아들 아무개 군, 이아무개씨의 둘째딸 아무개 양’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따라서 초대하는 인사말 내용에 따라 누가 초대자인지 드러날 것이니, 거기에 맞추어 신랑과 신부의 이름을 적어야 할 것이다. 자신 이름에 ‘씨, 군, 양’을 받쳐 쓰지 않도록 잘 살펴 손님을 청할 일이다.

권재일/서울대교수·언어학

2004/06/07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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