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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정책, 규정
국어능력 인증시험


우리나라 사람을 대상으로 한 "국어능력인증시험" (KET,Korean Efficiency Test)이 생겼다는 소식이다.

(재)언어문화연구원(이사장 이기문 서울대명예교수)이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제고시켜 올바른 국어문화를 정립하고자 개발했다는 것이다.

토익(TOEIC)시험처럼 읽기 듣기 쓰기 실력을 측정해 영역별 등급인증서를 발급,입시나 취업의 서류로 사용하도록 하고 시험 실시로 쌓이는 자료는 어문정책 등에 활용하리라 한다.

오는 5월 20일 첫시험을 치른다니 두고봐야 알겠지만 지금으로선 너무 황당한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층의 국어실력에 관해선 눈과 귀가 의심스러운 얘기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대에서 올해 "대학국어" 수강 신입생 3백여명에게 국어시험을 보게 했더니 80%가 낙제생(1백점 만점에 50점미만)이었다고 하거니와 또다른 조사에선 본인과 부모의 이름을 한자로 못쓰는 학생이 20%나 됐다는 발표도 나왔다.

청소년의 우리 말.글 사용이 엉망이라는 건 사실 어제 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학교교육에서조차 영어에 밀려 국어가 소홀히 취급되는데다 문법과 맞춤법을 무시한 방송,각종 시험에서의 국어과목 철폐,인터넷의 마구잡이 표현때문에 이대로 가다간 국어가 해체되는 것 아니냐라는 말까지 대두됐다.

인터넷과 휴대폰 용어로 자리잡다시피 한 조아(좋아) 마니(많이) 추카추카(축하축하)는 소리나는 대로 쓴 것이라고 쳐도 모냐(뭐냐) 알쥐(알지) 할껀가여(할건가요)는 무슨 기준인지조차 알기 어렵다.

서울대의 경우 올해부터 국어시간을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리는 등 국어교육을 강화하겠다지만 대학에서 기초 국어를 가르치는 건 한계가 있다.

영국은 초등학생의 읽고 쓰기 교육 강화를 첫번째 교육개혁 목표로 삼고 있고 프랑스와 스위스는 초등학생들에게 교과서 외에 산문과 신문기사를 읽고 발표하게 하는 등 모국어의 발음과 이해,표현능력 교육에 심혈을 기울인다.

폴란드와 루마니아는 최근 상표의 자국어사용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에 들어갔다.

유럽연합은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모든 회원국 언어를 공식언어로 하는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의 말과 글은 곧 그나라 사람들의 정신을 지배한다.

국어능력인증시험이 설사 대학입시나 취직시험용이라고 해도 국어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인 만큼 KET바람이 토익바람만큼이나 거세졌으면 싶다.

2001/04/19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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