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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남북 ‘언어통일’ 어문규범 통합부터

엊그제 모 국회의원이 주최한 남북 언어 통일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를 한 일이 있다. 국립기관에서 남북 언어 관계 일을 하다보니까 이 방면에 이름이 알려져 문의 전화도 자주 받는 편이고, 또 남북 언어 문제를 다루는 모임에서 발표도 자주 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21세기 정보화 시대에는 소수 인종의 언어, 문자가 없는 민족의 언어는 생존이 어렵게 되어 있다. 미국의 ‘세계미래학회’가 21세기 전망 중에 가장 중요한 열 가지를 발표했는데, 그 1위는 세계 언어의 90%가 소멸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어떤 이는 금세기 말에는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 중국어의 네 언어만 남고 나머지는 사라질 위기에 처하리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이러한 말들을 다 믿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정보화에 강한 언어가 나머지 언어를 압살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필자는 우리 한국어가 위기에 처할 수도 있으리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용 인구 13위 정도의 언어가 사라지는 일은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문자의 우수성은 우리말의 미래를 탄탄하게 받쳐 주게 될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에 우리만이 안고 있는 남북 언어 통합 문제는 민족 전체가 해결해야 할 큰 과제다. 의사 소통에 크게 지장이 없다고 하여 가벼이 여길 일이 아니다. 어문 규범의 차이가 바로 언어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민족어의 통합은 남북이 같이 쓸 수 있는 통합 국어 사전을 편찬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독일의 경우 분단 상황에서도 분단 이전에 만들어진 정서법을 동서독이 함께 굳게 지켰기 때문에 올림말을 첨삭하는 것으로 통합 독일어 사전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남북은 각기 어문 규범을 달리하고 있어 이를 통합하는 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어문 규범 분야에서 우선 맞춤법이 통합되어야 사전의 자모순이 정하여지고 두음 법칙이나 사이시옷, 띄어쓰기, 문장 부호 등의 문제가 해결된다. 또 어문 규범과 관련하여 남한 표준어와 북한 문화어가 통합되어야 사전 표제어가 정하여지고 이에 대한 표준 발음의 표기도 가능하다. 남북은 외래어 표기법을 달리하고 있다. 표제어 표기를 위하여 외래어 표기법도 하나가 되어야 한다. 어문 규범에 더하여 규범 문법의 통합도 필요한데 이는 표제어의 품사 표시를 위하여 그러하다.

어문 규범이나 품사 분류에 대한 남북의 차이는 남북에서 실제로 쓰는 말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다. 개화기 이래 많은 국어학자들이 논의하고 주장해 온 내용들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하였느냐에 따른 것이다. 그러므로 대국적인 견지에서 양측이 노력한다면 국토 통일 이전이라도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그렇게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체제의 자존심을 걸고 대결한다면 사이시옷을 쓸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 하나만을 가지고도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남북이 규범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첫째 남북 절충안을 취하는 방법, 둘째 남북 복수안을 채택하는 방법, 셋째 1933년의 ‘통일안’으로 복귀하는 방법 등을 가상할 수 있다.

남북의 언어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남북 국어학자들이 자주 만나야 한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1991년부터 남북 학자 교류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 왔다. 그 가운데에서도 96년 중국 창춘(長春)과 2001년 베이징(北京)의 남북 언어학자 회의에서 거둔 성과가 크다. 남북은 어문 규범 문제 등 민감한 것보다 국어 순화, 방언 문제 등 비규범 분야를 함께 연구하면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그리고 북측의 국어 연구 자료도 직접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2003년에도 남북 언어학자 회의가 계획되어 있다. 여기에서 ‘한민족 언어 공동협의회’ 구성 등 언어 통합을 위한 작업에 큰 진전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전수태/국립국어연구원 학예연구관〉

2003/09/19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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