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최근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를 홀로 올랐다. 오은선(38). 1m55㎝, 48㎏으로 가냘프지만 당당하다. 그는 동료도, 셰르파도 없이 히말라야 `눈의 여신`(사가르마타.에베레스트의 네팔 이름)의 품에 안겼다. 한국 여성으로선 최초의 단독 등정이다.
히말라야엔 8000m가 넘는 봉우리가 14개 있다. 이를 모두 오른 사람은 11명뿐이다. 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이 둘, 스위스.멕시코가 한 명씩이다. 지난해 한왕용이 브로드피크를 등정함으로써 11번째 완등자가 됐다. 엄홍길.박영석에 이어 한국인으론 세번째다.
8000m는 죽음의 지대다. 불 같은 투지, 뛰어난 체력, 산에 대한 절절한 사랑으로도 모자란다. 신이 허락하지 않으면 오를 수 없다. 오은선도 정상 바로 밑에서 로프에 매달린 채 숨져 있는 절친한 후배의 주검을 본다. 그렇지만 올라야 했다.
`오은선, 에베레스트 정복`. 어느 신문의 기사처럼 산은 과연 정복의 대상인가. 정복이란 `다루기 어렵거나 힘든 대상을 뜻대로 다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상에 섰다고 그 산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가.
오은선의 말. "제 산행의 목표는 정상에서 무사히 내려오는 겁니다." 정상에 서면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 산은 정상에 선 사람에게 오래 머무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사람은 저마다 마음속에 올라야 할 산을 품고 산다. 오은선은 `7대륙 최고봉 등정`(2개 남겨 놓음)이란 목표를 이루면 `결혼봉`에 도전하겠단다. 정복의 기쁨보다 내려올 때를 겸손히 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