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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우리들끼리 하는 말 사전에서는 찾지 마!

유행어로 보는 그들만의 문화 인터넷이 유행어를 만들어내는 산실이 되고 있다. 인터넷 유행어는 피시통신 시절부터 사용돼 오던 통신체와 인터넷 은어를 비롯해 ‘외계어’까지 다양하다. 인터넷 유행어는 네티즌들의 새로운 문화현상을 나타낸다. ‘폐인’ ‘아dd’이 인터넷 문화의 한 측면을 드러냈듯 올해에는 ‘얼짱’ ‘딸녀’라는 유행어가 최근의 사이버문화 현상을 상징한다.
최고의 인터넷 유행어를 뽑으라면 디지털카메라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dcinside.co.kr)에서 시작된 ‘인터넷 폐인’을 들 수 있다. 애초 인터넷 폐인은 인터넷이나 게임에 중독돼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 사람을 뜻했지만, 디시인사이드에서 말하는 폐인은 특정한 것에 몰두하는 마니아를 지칭하는 말로 변했다. 이는 다시 ‘디시폐인’ ‘지식폐인’ ‘나우폐인’ ‘겜폐인’ 등으로 늘어났고 최근에 〈문화방송〉 드라마 〈다모〉의 팬들은 ‘다모폐인’을 자처하며 드라마 인기몰이를 주도했다.

‘아dd’은 디시인사이드의 폐인들이 처음으로 써서 네티즌 사이에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킨 유행어다. 황당하거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상태를 나타낼 때 쓰이는 말로 사이버 공간을 넘어 일상생활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얼짱’이 되고 싶은 수많은 네티즌은 자신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얼굴이 짱’이란 말을 줄인 ‘얼짱’은 얼굴이 잘생긴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로, 지난해에 생겨나 올해 상반기 최고의 인터넷 유행어로 등장했다.

누군가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이를 본 네티즌들이 “정말 예쁘다”고 판단하면 인터넷 사이트 곳곳에서 ‘얼짱’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런 ‘얼짱’ 사이트는 연예인의 등용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영화 〈여우계단〉의 박한별과 〈장화, 홍련〉의 임수정이 ‘얼짱’이 된 뒤 영화에 캐스팅되기도 했다. ‘얼짱’에 이어 노래를 잘 부르는 ‘노래짱’이란 말도 유행이다.

중독자→마니아로 바뀐 `폐인`
감탄사 `아햏햏` 일상서도 인기
뜨고 싶으면 `얼짱` `노래짱` 도전
‘딸녀를 찾습니다.’ 최근 검색사이트에선 ‘딸녀’란 단어가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한 여성이 딸기밭에서 딸기를 두 손에 들고 야릇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자 네티즌들이 이를 ‘딸녀’라고 부르기 시작하면서 이 말이 유행하게 됐다. 최근에는 ‘영화포스터 속의 딸녀’ ‘국회의사당의 딸녀’ 등 이를 패러디한 합성사진이 잇따르고 있다.

인터넷에는 은어로 된 유행어와는 달리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아볼 수 없는 이른바 ‘인터넷 외계어’도 존재한다. 한글·영어·일어·특수문자를 섞어 만들어 일반인들은 전혀 알아볼 수 없다. 예를 들면 “ㅎŊ㈜λıㄸйㄲじズı_글올ㄹらしıて℉_∽*” (해주실 때까지 글 올립니다.) 식이다.

이들 청소년들은 일반인과 의사소통이 힘든 ‘외계어’를 사용하는 이유로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혹은 “그냥 우리들만의 문화이니까”라고 말한다.

이충신 〈인터넷한겨레〉 기자 cslee@news.hani.co.kr ■ 인터넷 국어교실 운영하는 김근수 교사 “외계어도 청소년문화의 일부일 뿐” 인터넷 채팅을 수업에 활용해 청소년들의 인터넷 언어생활을 지도하는 김근수 교사(35)를 만났다. 서울사대부속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김 교사는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 “너무 나쁘게 볼 필요도, 너무 신경써서 생각할 필요도 없다”며 “그냥 힙합처럼 청소년문화의 일부로 봐줬으면 한다”고 말한다. 김 교사는 인터넷에서 국어교실(home.freechal.com/ilovekorean/)을 운영하고 있다.

- 인터넷 채팅을 국어 교육에 활용하고 있는데 = 학생들이 국어시간에 멀티미디어실에서 채팅을 해보고 그 내용을 분석해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다. 이를 통해 채팅을 할 때 사용한 언어를 분석할 수 있고 대부분 무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 인터넷 언어 사용을 지도한다.

- 청소년들의 인터넷유행어 사용 정도는 =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알아 볼 수 없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비교적 사용 연령층이 낮은 채팅사이트 ‘버디버디’는 거의 모든 아이디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외계어’를 많이 사용한 것들이다.

- 청소년들이 왜 통신어

외계어를 사용한다고 보나 = 채팅어는 문자언어를 많이 접하다보니까 타이핑하기도 귀찮고 그러다보니 간편화시켜서 나타내고 싶어 그렇다. 자신의 아이디로 외계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튀고 싶어서이다. 채팅을 할 때 표준글자는 모두 똑같기 때문에 글자만으로는 자기자신을 표현할 수 없다. 남들과 다른 이모티콘이나 희귀어를 사용해 튀어보이고 싶어서라고 한다. 자신들만의 개성의 표현이다.

- 학생들이 인터넷 언어를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나 =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쓰는 인터넷 언어는 많지 않다. 즐겁게 지내라는 의미의 ‘즐’ 이라는 인터넷 유행어는 평소 급우들끼리 즐겨 사용한다. 채팅을 할 때는 모음을 생략하고 자음만으로 의미를 나타내는 것이 많다. ‘ㅋㅋㅋ’ 등 모음을 생략하는 것은 문자로 메일이나 메시지를 보낼 때 한정돼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나 시험답안지 주관식 답 중에서 맞춤법이 틀린 것이 많다. 이에 대해 지적하고 감점하면 왜 틀렸는지 모르는 학생도 있다.

- 인터넷 유행어를 쓰는 것을 어떻게 보나 = 나쁘게 보면 언어생활을 망친다고 볼 수 있고, 좋게 보면 학생들만의 고유의 문화를 갖고 싶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긍정적 측면에서 보자면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학생들이 글쓰기를 굉장히 많이 한다. 인터넷이 없을 때는 글을 안 쓰는데, 전자우편이 활성화되면서 인터넷 글쓰기를 좋아하고 글 쓰는 능력도 많이 늘었다.

- 올바른 인터넷 언어생활 지도방법은 = 언어파괴라고 생각지 않고, 재미있으니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먼저 인터넷 유행어 사용이 지나치면 언어파괴 등 부정적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과장해 엄살을 떨 필요는 없다. 키보드에 이런 문자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스스로가 정화시키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 대다수 학생들은 스스로 인터넷 언어 사용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있다. 지나친 경우라도 이를 규제할 필요는 없다. 힙합처럼 청소년문화의 일부로 봐줬으면 한다.

2003/10/13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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