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모든 것이 어렵다 보니 언어생활까지 함께 어려워지는 것인지 어법(語法)에 맞지 않는 표현이 더러 쓰이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에 따른 실업난이 장기화하면서 `구인`을 가장한 취업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년 퇴임으로 결원 중인 환경미화원을 뽑는 자리에 대졸자는 물론 20대 응시자들이 대거 몰려 실업난을 실감케 하고 있다."
예로 든 문장에서 쓰인 `실업난(失業難)`은 언뜻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난(難)`이 붙은 다른 낱말들과 비교해 보면 뭔가 이상하다. 접미사 `-난`은 일부 명사 뒤에 붙어 `어렵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원자재난(原資材難).인력난(人力難).자금난(資金難).주택난(住宅難).식량난(食糧難) 등을 보면 `-난` 앞에 오는 명사들은 거의 다 `어려움`의 뜻이 들어 있지 않은 일반적인 것이다.
이들 뒤에 `-난`을 붙여 `그런 것들이 부족하거나 없어서, 또는 구하기가 힘들어서 겪는 어려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실업난`은 `실업(失業)이 부족하거나 없어서 겪는 어려움`, 즉 `모두 취업해 직장을 잃거나 버리기 어려운 상태`라는 희한한 뜻의 말이 돼버린다. `실업` 자체가 이미 `취업(취직)하지 못한 어려운 상황`을 뜻하는데, 거기에다 `-난`을 붙였기 때문에 이상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