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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른 이 156108351 명
깁고 더함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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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기본법안`의 3가지 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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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어느 전철역에서 읽은 우화(寓話)에서 국어 표기 문자의 중 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切感)한 일이 있다. “만행을 하는 스님 이…”로 시작되는 짤막한 이 글에는 우리 삶을 다시 한 번 생각 해 보게 하는 감동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첫 글귀인 ‘만행’의 한자어가 ‘漫行’ ‘蠻行’ ‘萬行’ 등을 떠올리면서도 어느 단어가 맞는지 정확히는 알 수가 없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만행(萬行) : 불교도나 수행 자들이 지켜야할 여러 가지 행동”이라고 되어 있다. 인근 사찰 의 스님은 “불가(佛家)의 수행자가 선지식(禪知識)을 얻기 위해 여러 곳을 떠돌며 수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셨다.
이런 경우 외에도 일상(日常)에서 느끼는 국어에 관한 측은함과 안타까움은 일일이 열거(列擧)하기조차 힘들다. 최근 문화관광부 가 입법예고한 국어기본법(안)도 그 중의 하나로서 몇 가지 중대 한 결함이 있어 보인다. 기왕에 입법예고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생각이라면 다음 사항들을 보완하여 국민의 국어 사용 ?�쩜?제고(提高)하는 국어기본법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
첫째, 이 법(안)에는 국어에 대한 정의(定義)가 없고, 국어의 70 %나 되는 한자어를 외국어와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한국어란 무엇인가. 한국어는 우리가 사용하는 말과 표기문자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말은 다시 고유어와 한자어, 일부 외래어로 구성되 어 있으니 제4조 1항에 “(한국어의 정의) 한국어는 고유어와 한 자어(漢字語), 국어로 굳어진 외래어를 말한다”는 조항이 반드 시 들어가야 할 것으로 본다.
둘째, 제14조 ①에는 “국민의 언어생활은 국어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고 했는데 이미 모든 국민이 사용하고 있는 국어 사용을 새삼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여기서 지칭한 ‘국어 사용’이 ‘ 한글만 사용(전용)’을 가리킨 것이라면 문제가 크다.
한자어(漢字語)를 한글로만 표기해 정확한 뜻을 덮어 가린 한글 전용 문장의 변별력 상실은 심각하다. 따라서 제3조와 중복된 감 이 있는 제14조 ①을 삭제하고 제4조 2항에 “(한국어의 표기문 자) 한국어의 표기 문자는 한글과 한자(漢字)로 한다”는 내용을 반드시 삽입해야 할 것으로 본다.
셋째, 제17조 공공기관의 공문서 작성에 관한 내용은 “공공기관 의 공문서는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여 명확한 변별기능을 갖게 해 야 한다”고 바루어야 한다. 국어와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수천년간 한국어 속에 녹아 든 한자어(漢字語)를 애꿎게 영어나 기타 외 국어와 동일한 수준에 놓고 배척하는 것은 유감(遺憾)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일부 일본식 한자어나 외국어를 ‘노견(路肩)→갓길’ ‘인 터체인지→나들목’ ‘요지(楊枝)→잇지’ 등과 같이 우리말로 만들어 순화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국어의 70%나 되는 한자어를 모두 고유어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도 없다.
문장에 따라 ‘생각’과 ‘사유(思惟)’ ‘사려(思慮)’ 등의 쓰 임이 모두 다르고, ‘아버지’라고 써야 할 경우와 ‘엄친(嚴親) ’ 또는 ‘가친(家親)’이라고 써야 할 경우가 따로 있는 것이다 . ‘자당(慈堂)’을 ‘아무개의 자애로운 어머니’라고 하면 이 것은 이미 하나의 문장이지 낱말이 아니다.
대학이나 대학원을 마친 상당수의 젊은이들이 왜곡 강행된 국어 정책과 국어교육의 결과로 인해 ‘풍비박산(風飛雹散)’을 ‘풍 지박산’으로, ‘희한(稀罕)’을 ‘히안’으로, ‘재실(齋室)’ 을 ‘제실(祭室?)’로 잘못 발음하게 됐다. 그리고 삼림(森林)과 산림(山林), 호소(湖沼)와 호수(湖水)의 뜻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며, 한글 전용으로 인한 국어의 변별력 상실로 인해 영어 공용 어론(公用語論)이 공공연히 논의되는 것을 바라보는 마음은 무겁 고 슬프다.
늦게나마 정부가 국어 문제에 관심을 갖고 국어기본법 제정을 서 두르는 것은 잘 하는 일이지만 이 법(안)이 위의 문제들을 간과( 看過)한 채 확정되면, 자칫 또 하나의 언어 전제주의(專制主義) 의 근거가 되어 국어 발전의 족쇄(足鎖)가 되지 않을까 저어한다 . 정책 당국의 깊은 성찰(省察)과 반영(反映)이 있기를 기대한다 .
[[박광민 / 한국어문교육연구회 연구위원]]
2003/10/15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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