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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른 이 156150723 명
깁고 더함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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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와 민족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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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해가 시작되었다. 지난해에도 우리말에는 많은 낱말이 새로 등장하거나 유행했다. ‘얼짱’이 그렇고, ‘로드맵’, ‘쿨하다’ 들이 그런데, 주로 외래어들이 많았다. 올해는 또 어떤 말들이 생겨날까 이들이 우리말을 풍부하게 할까, 아니면 어지럽힐까 인류 역사의 발전은 곧 문화의 발전이다. 문화를 지탱해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언어다. 인류는 의사소통의 기능을 하는 언어를 통해 동시적, 계기적으로 협동한다. 협동을 통해 경험과 지혜를 쌓아 문화를 이룬다. 따라서 언어는 그 자체가 문화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모든 문화를 형성하고 발전시켜 온 원동력이다. 언어의 여러 요소 가운데 문화적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낱말이다.
눈과 함께 생활하는 에스키모의 말에는 ‘내리는 눈’, ‘쌓인 눈’, ‘가루 눈’, ‘큰 눈’을 구별하고 있으며, 흰색을 가리키는 말도 십여 가지나 된다. 또 바다로 둘러싸인 오스트레일리아 쪽 토박이말에는 모래에 관한 낱말들이 많이 발달했다고 한다. 우리말에는 ‘괭이, 쇠스랑, 삽, 가래, 고무래, 도리깨, 쟁기, 멍에, 보습, 써레, 두레박, 용두레, 무자위’와 같은 농사와 관련된 말들이 많다. 영어에서는 라이스(rice) 하나인 것이 우리말에서는 ‘모, 벼, 쌀, 밥, 떡’으로 나뉘어 발달한 것은 바로 우리 문화의 일면을 보여 준다.
따라서 우리는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일 때, 새말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민족문화라는 관점에서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올해도 사회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게 발전할 것이다. 우리는 이 속에서 우리 문화에 바탕을 두면서 우리말 체계에 맞는 새말을 만들어내는 슬기와 노력을 아울러야 할 것이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2004/01/05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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