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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종합행정마을

얼마 전 서울의 성동구청이 새 건물로 옮겼다는 기사가 신문에 났다. 그리고 이를 축하하는 펼침막이 거리에 나붙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눈길을 끌면서 신선했다. 바로 ‘성동 종합행정마을’이라는 새 청사의 이름이다. 구청은 물론 성동구의회와 성동교육청, 청소년수련원 등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 이를 종합행정마을이라고 하였다. 이 ‘마을’에는 문화마당을 비롯한 각종 문화시설과 수영장·농구장·체력단련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어 정말 큰 마을을 이룬 셈이다.

여기서 나는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만약 담당 공무원이 약간의 겉멋이 들었더라면, 그 이름을 요즘 추세에 따라 ‘행정타운’ 정도로 지었을 게 틀림없다. 그러나 성동구청은 ‘행정마을’이라는, 정겹고 우리말에 대한 의식이 분명한 선택을 한 셈이다. 성동구청의 우리말 존중에 대한 높은 인식에 박수를 보낸다.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정이 이런 정신으로 한결같이 이어지길 바란다.

그런데 서울에 있는 다른 구청을 살펴보자. ‘클린 시티, 워킹 시티’ 따위를 영어로 건물에 큼직막하게 걸어 둔 구청이 있다. 바로 ‘Seocho City’다. 우리나라의 자치구를 시티 개념으로 보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다른 구는 모두 ‘구’인데 그곳은 ‘시티’다.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일까 그리고 그곳은 다른 구청과는 달리 영문 표기도 ‘City Hall’이다. 서울시가 곳곳에 ‘걷고싶은 거리’를 만들어 두었지만, 서초구는 굳이 ‘워킹’(Walking)이란 말을 골라 쓴다. 서초구에서는 훨씬 영어스럽게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아마도 서초구를 ‘영어 타운’으로 만드려는 의지가 있거나 아니면 겉멋이 잔뜩 든 담당 공무원 탓은 아닐까

권재일/서울대교수·언어학

2004/05/24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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