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른 이 154781807 명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이진원기자의 바른말 광] -시키다

우리말을 쓰는 사람이라면 초등학생쯤만 돼도 '내가 했다'와 '내가 시켰다'가 뜻이 다르다는 것을 안다.

접미사 '-시키다'도 동사 '시키다'와 비슷하다.

말 그대로 '시킴' 의 뜻, '사동'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것. 그래서 '교수가 제자를 취직시켰다'면 취직은 교수가 하는 게 아니라 제자가 한 것이다.

이건 뭐, 설명을 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명백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시키다'를 이상하게 써 버릇한다.

"거짓 말하지 마"라는 뜻으로 "거짓말시키지 마"라고 하기도 하고 "이 훈련병 교육 좀 해라" 하는 뜻으로 "교육시켜"라고 쓰기도 한다.

요즘에는 또 자기가 주차를 하고도 "주차시켰다"고 하는가 하면 직접 태우고도 "소각시켰다"고 하기가 예사다.

스포츠쪽도 예외가 아니다.

"이종범이 올 시즌 40번째 도루를 성공시키고 있다"고 쓰는가 하면 "현주엽이 골밑슛을 성공시키고 있다"고도 쓴다.

이종범은 도루를 '성공시킨' 것이 아니라 '성공한' 당사자이다. 이 성공한 도루를 '시킨' 사람은 아마 감독이나 주 루코치쯤 될 것이다.

현주엽이 골밑슛을 '성공시켰다'면 '성공하게 했다'는 말,즉 어시스트를 했다는 말이고 그러면 실제로 득점한 선수는 정낙영이나 미나케라는 얘기가 된다.

반대의 경우에 '이종범이 도루를 실패시켰다, 현주엽이 골밑슛을 실패시켰다'라고는 쓰지 않으므로 '성공시켰다'도 이젠 쓰지 않는 게 좋겠다.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골밑슛을 넣고 있다'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물론 꼭 써야 할 자리에는 써야 한다.

단, 반드시 '-시키다'의 자리에 '하게 하다'를 넣어 봐서 어색하지 않을 경우에만….

2005/03/15 부산일보
   
 
번호 예제 날짜 출처
851 (자녀를 똑똑하게)오염된 국어 순화부터 하자 2006/08/16 매일신문
850 [고장말탐험] 운율 / 이태영 2006/08/15 한겨레
849 [홍성호 기자의 말짱 글짱] 도랑에서 강까지 2006/08/14 한국경제
848 [말뜻말맛] 싸우다와 다투다 / 김수업 2006/08/14 한겨레
847 [새말탐험] 새말과 사전 / 김한샘 2006/07/12 한겨레
846 [고장말탐험] 사전과 방언 / 이태영 2006/07/11 한겨레
845 [숨은말탐험] 맨정신/맨흙 / 한용운 2006/07/09 한겨레
844 [말짱 글짱] `전력투구`는 나눠지지 않는다 2006/07/03 한국경제
843 [이진원 기자의 바른말 광] 反軍(반군),사전엔 없다 2006/06/20 부산일보
842 [우리말 다듬기]`스폿광고` 순화어 `반짝광고`로 결정 2006/06/08 동아일보

   
   
 

 


이 누리집은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판매한 자금으로 부산대학교 정보컴퓨터공학부
인공지능연구실에서 깁고 더하고 있습니다.
우리말배움터(051-516-9268)에 고칠 곳이 있거나 건의할 것이 있으신 분은 연락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