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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교육, 학술
‘날으는 조성원’이 아니라, ‘나는 조성원’

겨울 스포츠의 꽃이라고 불리는 농구 경기가 한창이다. 폭설에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농구장에는 관중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체육관이 뜨겁다.

특히 방학을 맞이해 소녀 팬들이 경기장을 찾으면서 선수들은 더욱 힘을 얻은 듯 묘기도 백출하고 있다. 이에 신문과 인터넷 미디어는 선수들의 박진감 넘치는 경기 모습을 사진과 함께 크게 보도하고 있다.

‘날다’에 ‘-는’이 연결되면 ‘ㄹ’이 탈락되어 ‘나는’이 된다. ‘날으는’는 잘못이다.

그런데 최근 보도되는 기사 제목을 보면 ‘날으는 윌리엄스/날으는 라이트/날으는 피터팬(대구 오리온스의 김병철 선수 애칭)/날으는 황진원/날으는 조성원/날으는 전자랜드 루키/날으는 민렌드’ 등 모두 ‘날으는～’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날으는 ～’은 맞춤법이 틀린 것이다. ‘나는 ～’이 맞는 표현이다. 자동사 ‘날다’는 한글 맞춤법 제18항에 ‘어미가 바뀔 경우, 그 어간이나 어미가 원칙에 벗어나는 대로 적는다’는 규정이 있다.

‘날다’는 ‘나니/나오/나는’ 등과 같이 활용하므로 ‘날으는 ～’이 아니라 ‘나는 ～’이 맞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똑같은 활용을 하는 자동사 ‘놀다’를 예로 들어보자. 즉 놀이터에서 땀이 나도록 뛰어 노는 아이들을 보고 ‘놀이터에서 놀으는 아이들’로 쓰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역시 ‘놀다’도 ‘날다’와 같은 성격의 자동사이므로 ‘노는 아이들’이라고 해야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주변에는 ‘나는～’ 이라고 써야 할 자리에 ‘날으는～’이라고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날으는 원더우먼/날으는 슈퍼우먼/날으는 생돈까스’가 그 예이다. 영화 제목도 ‘날으는 돼지 해적 마테오’라며 ‘나는 ～’을 써야 할 자리에 ‘날으는 ～’이라고 쓰고 있다.

대중가요 가사도 예외가 아니다. 자우림의 ‘매직카펫라이드’라는 노래를 듣다보면 ‘이렇게 멋진 파란 하늘 위로 날으는 마법 융단을 타고 이렇게 멋진 푸른 세상 속을 날으는 우리 두 사람～’이라며 오류를 범하고 있다.

텔레비전에서 농구 시합 중계방송을 하는 아나운서도 이와 비슷한 착각을 하고 있다. 즉 아나운서가 ‘조성원 선수가 코트를 펄펄 날으는군요(나르는군요)’라며 애매한 말을 한다. 이 말에서 아나운서가 ‘날으는군요’라고 했다면, 역시 앞에서 지적한 ‘날으는’과 동일한 오류를 범한 것이 된다.

특히 아나운서가 ‘나르는군요’라고 했다면, 이는 완전히 잘못된 표현이다. 이는 ‘날다’와 ‘나르다’를 혼동한 것이다. ‘나르다’는 ‘옮기다, 운반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타동사이다. 따라서 아나운서가 ‘나르는군요’라고 했다면 ‘선수가 코트를 옮기고 있다’는 뜻이 되어 버린다.

형용사 ‘거칠다’도 위와 똑같은 오류를 범하며 쓰이고 있다. 얼마 전에 ‘거칠은 벌판으로 달려가자～’라는 노래가 텔레비전 광고를 타면서 많은 사람들이 따라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거칠은～’은 ‘거친～’이 바른 표현이다.(거친 땅을 일구어 옥토로 만들었다./거친 욕설을 퍼붓다./우리는 거친 음식으로 간신히 끼니를 이어 갔다.)

나훈아 노래 중에 ‘녹슬은 기찻길’도 ‘녹슨 기찻길’이 바른 표현이다.(녹슨 쇠못/녹슨 생각) 가수 윤희상의 ‘카스바의 여인’이라는 노래에서도 ‘처음 만나 사랑을 하고 낯설은 내 가슴에 쓰러져 한없이 울던 그 사람～’이라며 애절하게 노래하는데, ‘낯설은～’은 ‘낯선～’이 바른 표현이다.(낯선 사람이 아는 체를 한다./댓돌에 벗어 놓은 낯선 고무신을 보았다.)

사실 우리는 일상적인 언어생활을 하면서 ‘난다 긴다 하다/나는 놈 위에 타는 놈 있다/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나는 새도 깃을 쳐야 날아간다’라는 속담을 접할 기회가 있다. 즉 이런 언어 표현만 익혀두어도 ‘날으는～’을 쓰기 전에 이상하다는 의심을 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국어사전만 찾아보아도 쉽게 바른 표현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렇게 계속 혼란스러운 언어생활을 하는 이유는 우리말의 오용에 대해 서로가 잘못된 관용을 베풀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의 오용은 부끄러운 것이라고 자각하고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방송에서 아나운서의 언어 표현은 전 국민에게 직접적으로 전달되고 그 전파력 또한 막강하다. 따라서 아나운서가 우리말을 정확히 구사해야 하는 의무는 스스로 감당해야 할 형벌 같은 것이다.

이제는 ‘펄펄 날으는군요(나르는군요)’라며 말하는 아나운서는 준엄한 반성을 하는 풍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아나운서가 해설자와 함께 ‘이 곳 실내체육관에 오신 관람객들을 위해～’라는 말을 하는데, 체육관은 이미 ‘실내(室內)’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 혹시 ‘실내’와 ‘실외’를 구분하는 일이 아니라면 굳이 ‘실내 체육관’이라는 표현을 하지 않는 세심한 노력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6/01/12 국정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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