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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쇼핑호스트와 쇼호스트

쇼호스트 생활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왜 어떤채널은 TV홈쇼핑 채널의 진행자를 쇼핑호스트라고 하고, 또 다른 채널은쇼호스트라고 하는가?’이다. 정말 원론적이면서도 선뜻 명쾌한 답을 해주지 못하는 질문이다. 현재 5개 TV홈쇼핑 채널 중 ‘쇼핑호스트’라고 지칭하는 곳은 2곳, ‘쇼호스트’를 쓰는 곳은 3곳이다. TV홈쇼핑 채널들도 두파로 나뉘어 자사의 명칭이 옳다고 주장한다. 필자도 TV홈쇼핑 입문 초기에 이 점이 궁금해서 나름대로 조사를 해본 적이 있다. 그 깊은 사연(?)은이렇다.

우리나라 최초의 홈쇼핑은 ‘39쇼핑’이다. 39쇼핑은 방송 진행자의 명칭을 놓고 세계 최초로 TV 홈쇼핑을 도입한 미국의 HSN(Home Shopping Network)과 세계 최대 TV홈쇼핑 회사인 QVC(Quality, Value & Convenience)을본 따 ‘쇼호스트’란 명칭을 사용했다. 39쇼핑 출범과 같은 해 두 번째홈쇼핑 업체 ‘LG홈쇼핑’이 탄생했다. 후발 주자인 LG측은 39쇼핑과 차별화하기 위해 방송진행자를 쇼핑도우미 개념의 ‘쇼핑 호스트’란 신조어를만들어 냈다. 신규 시장에서 주도권 싸움을 벌이다 보니 그런 정도는 이해할만하다. 문제는 LG홈쇼핑이 정부의 공식직업 편람에 케이블 TV 홈쇼핑채널의 진행자를 ‘쇼핑호스트’로 재빠르게 등록한 것. 이후 2000년에 출범한 현대홈쇼핑, 우리홈쇼핑, 농수산 TV 등 후발 3사는 쇼호스트와 쇼핑호스트 사이에서 고민을 하게 됐다. 당시 후발 3사는 경쟁적으로 CJ홈쇼핑으로 바뀐 39쇼핑과 LG홈쇼핑으로부터 방송인력을 스카우트했는데, 후발3사로 옮긴 사람들 중 선임급 진행자의 의지와 회사측 사정에 따라 쇼호스트나, 쇼핑호스트 중 하나를 채택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쇼호스트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TV 홈쇼핑 채널 방송진행자라면, 우리나라 노동부에 등재된 공식 직업 명칭은 ‘쇼핑호스트’인 것이다.혼란은 미래 방송인을 교육하는 ‘방송 아카데미’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방송 아카데미’에서도 5개 TV홈쇼핑 채널 중 ‘쇼호스트’가 주로 수업을 진행하는 곳은 ‘쇼호스트 과정’으로, ‘쇼핑호스트’가 주로 수업을진행하는 곳은 ‘쇼핑호스트’과정으로 통하고 있다. 하나를 선택하기 힘들면 ‘홈쇼핑 전문 진행자’ 과정으로 하면 좋을텐데….5개 TV홈쇼핑 채널의 프로그램은 이제 단순히 쇼핑에 필요한 정보만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넘어섰다. 쇼핑을 넘어 보편적인 TV 채널로 자리잡은 것이다. 각 프로그램이 공중판의 쇼 프로그램처럼 이미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정착되고 있다.

이런 변화 흐름을 감안하면, ‘쇼핑호스트’라는 협의의 개념보다는 하나의 쇼를 진행하는 방송 진행자이자 TV홈쇼핑 방송사를 대표하는 개념을 포괄하는 ‘쇼호스트’가 더욱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필자와 다른의견도 많을 것이다.

아쉬운 것은 케이블 TV 방송 초기에 TV 홈쇼핑 채널 진행자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보다는, 어떻게 하면 라이벌 회사와 차별화할까 하는 전략에서 명칭이 둘로 나뉘었다는 점이다. 외래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쇼호스트’나 ‘쇼핑호스트’는 우리 감각에 맞지 않는다. 우리만의 색깔을 낼수 있는, 그래서 누구나 한 번 들으면 바로 이미지가 형상화되는 우리말이름을 진작에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은 TV 홈쇼핑 채널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책임이다. 다만 TV 홈쇼핑 방송 초기는 누구도 방송 진행자에 대한 감각이나 개념이 별로 없는, 경황이 없는 시기였다는 사실을 이해해주시면좋겠다. 그리고 명칭에 대한 공론화가 이제라도 시작됐으면 한다.

문석현 CJ 홈쇼핑 쇼호스트

2004/04/28 주간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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