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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깁고 더함 2007/12/28
   
 
 
 
  언어, 사회 현상
영화 제목, 한글 자막 언어 파괴 심각하다

정우성.손예진이 주인공인 새 멜로 영화에 영화사가 붙인 제목은 `내머리속의 지우개`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아니다. 지난 주말까지 200만명의 관객이 든 한국 영화의 제목은 `우리 형`이 아니고 `우리형`이다. 지난 여름 개봉했던 송승헌 주연의 영화 `그놈은 멋있었다`를 `그 놈은 멋있었다`라고 쓰면 틀린 제목이 된다.

대중문화에서의 문법 파괴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띄어쓰기를 무시하는 일이 특히 늘었다. 왜 그럴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의 세계에선 `아버지가방에들어가셨다`식의 표현이 통용된지 오래라는 것을 생각하면 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공간.시간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텍스트를 최대한 압축하는 게 미덕인 문자메시지와 인터넷 메신저를 사용하는 습관이 영화 제목에도 스며든 것이다.

얼마 전 개봉한 한국 영화 `S 다이어리`의 여주인공(출판사에서 교열 일을 맡고 있다)의 신경을 건드릴 영화 제목은 이 밖에도 많다. `슈퍼스타 감사용`은 정부가 정한 외래어.외국어 표기 원칙에 따르면`수퍼스타 감사용`이라 쓰는 게 옳다. 실제 영어 발음도 `수퍼`에 더 가깝다. 같은 원칙에 따라 `슈퍼사이즈 미`는 `수퍼사이즈 미`가 맞는 표현이다. `스텝포드 와이프`는 `스텝퍼드 와이프`로, `콜래트럴`은 `컬래트럴`로 써야 한다.

요즘 외화의 한글 자막에는 `짱이야`가 수시로 등장하고, `빈정 상했냐`(기분 나쁘냐).`쌔끈하다`(멋지다) 등 질낮은 속어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젊은이들 표현대로 `쿨`(멋지다)해 보이기 때문일까. 효율성도 좋지만 최소한 국어의 기본은 지켜야 한다. 안그래도 거친 말들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에서 주로 학생.젊은 층을 겨냥한 영화 제목들마저 언어파괴에 앞장서선 곤란하다.

2004/10/2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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