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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른 이 157117211 명
깁고 더함 200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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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한 `합쇼체` 친근한 `해요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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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호의 교실 밖 국어여행 / [난이도 = 중2~고1]
25. 높임법①
26. 높임법②
27. 높임법③
오늘은 지난 시간에 알아본 여섯 가지 상대높임법 가운데 높임말의 두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는 합쇼체와 해요체의 쓰임새에 대해, 그리고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자.
합쇼체는 상대를 가장 높여 대접하는 어법이다. 이 높임법은 일반 청중을 대상으로 한 연설이나 방송보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다. 선거에 나선 후보자가 ‘이 사람을 국회로 보내주십시오’ 하고 외치거나 아나운서가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하고 말하는 경우다. 우리가 일상적인 대화에서 합쇼체를 구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합쇼체가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거의 사라지게 된 까닭은 한마디로 ‘바빠서’다. 하기야, 요즘같이 시간과 속도를 중시하는 시대에 문장이 끝날 때마다 ‘-습니다’ ‘-습니까’ ‘-십시오’ 따위를 붙이는 어법이 환영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상생활 속의 높임말을 해요체가 거의 독차지하게 된 배경이 바로 이것이다. 해요체는 이름 그대로 해체(반말체)에 ‘요’를 붙인 것이다. ‘먹어’가 ‘먹어요’로, ‘반가워’가 ‘반가워요’로, ‘갔어’가 ‘갔어요’가 되는 식으로 방법이 더없이 간단해서, 따로 익히고 말고 할 것도 없다. 해요체가 한국어의 높임말 중에서 단연 선두주자가 된 것이 바로 이런 단순성 덕분이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우리말을 익힐 때 배우는 높임말도 거의 다 이 해요체다.(요즘 방송 중 <미녀들의 수다>에 나와서 합쇼체를 연발하고 있는 한 외국인 여성의 경우는 드문 예외다.)
합쇼체와 해요체는 둘 다 상대를 높이는 어법인데, 둘 사이에 다른 점은 뭘까? 합쇼체는 한마디로 격식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대화에서 합쇼체를 쓸 경우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 상당한 거리감이 생겨나게 된다. 그만큼 상대를 정중하게 대접하는 말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합쇼체는 아무리 높여야 할 사람이라도 정서적으로 친밀한 상대에게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이에 비해 해요체는 격식이 덜 느껴지고, 그만큼 말하는 이와 듣는 이 사이에 친밀감이 짙은 어법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남자라면 합쇼체로 말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화자가 여자로 바뀌면 해요체가 좀더 쉬이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인사를 할 때 화자가 남자라면 ‘반갑습니다’가 적절하지만, 똑같은 경우에 여자가 인사를 한다면 ‘반가워요’ 하는 쪽을 더 자연스럽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 합쇼체가 기본적인 높임법으로 선택되었다 해도, 모든 문장에서 합쇼체가 쓰이는 것이 아니라 해요체가 무시로 섞여드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날씨 좋지요? 저는 요즘 같은 계절을 가장 좋아합니다. 기온도 적당하고 바람도 알맞게 불어오기 때문이지요.’
합쇼체와 해요체의 이런 친근성 때문인지, 합쇼체에서 명령형이나 청유형을 써야 할 때 해요체를 가져와 대신하는 일이 많다. 예컨대 ‘가십시오’나 ‘갑시다’ 대신 ‘가시지요’(줄여서 ‘가시죠’)로 말하는 경우다. 합쇼체가 아무리 상대를 높이는 어법이라 해도 명령문이나 청유형은 어디까지나 상대를 강제하는 의미가 있다. 해요체는 이렇게 자칫 정중하지 못하게 들릴 수 있는 소지를 어느 정도 덮어주는 효과가 있다.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 저자
2008/04/27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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